“탄핵이든, 자진 하야가 됐든 최대한 빨리 책임질 분이 책임을 지고 행복한 연말을 국민에게 돌려주길 바랍니다.”
황동혁 감독은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외신 기자 등 340여 명의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서 ‘이달 26일 작품 공개 직전 한국이 정치적 격변기에 휩싸였다’는 질문을 받자 망설이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 사건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황 감독은 “여기 계신 모든 분이 계엄발표를 믿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저도 새벽까지 잠을 안 자고 (계엄발표 이후를) 지켜봤다”고 했다. 이어 “말도 안 되는 일로 온 국민이 불안, 공포, 우울감을 가진 것이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며 “‘오징어 게임’이 이런 시국에 공개되는 건 운명”이라고 했다. 황 감독은 “말도 안 되는 갈등, 분열, 격변은 ‘오징어 게임’ 속 장면과도 연결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오징어 게임’을 보는 일이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딱히 동떨어지지 않는 일”이라고도 했다.
넷플릭스는 이날 황 감독과 이정재, 이병헌 등 배우 12명이 참석한 제작발표회를 열며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국내 기자 180여 명은 물론 미국, 일본, 아르헨티나, 폴란드 등 22개국에서 160여 명의 외신 기자와 해외 인플루언서를 초청했다. 현장엔 작품 속 술래잡기 로봇인 ‘영희’의 대형 인형을 설치하고, 분홍색 점프 수트를 입은 진행요원을 곳곳에 배치해 마치 세트장에 와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해외 인플루언서들은 마치 작품 속 참가자처럼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제작발표회에서 황 감독은 작품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강조했다. 황 감독은 “시즌1에서 잠깐 소개된 찬반 투표가 시즌2에서는 매 게임 진행되며 중요하게 다뤄질 예정”이라며 “(작품 속) 투표와 현실을 연결해서 생각하면 재밌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고 했다. 황 감독은 현 정치적 상황을 의식한 듯 “갈라서고 분열하며 서로를 적대시하는 인간을 보면 현실과 ‘오징어 게임’이 닮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이 세상을 ‘오징어 게임’으로 돌아볼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게임 참가자의 연령대가 전작보다 낮아진 데에 대해선 “코인(가상화폐) 열풍에 젊은 층이 노동으로 돈을 버는 것을 포기하고 일확천금에 기대는 것을 느꼈다. 이 젊은 세대의 문제를 담아내려 젊은 참가자들을 기용했다”고 했다.
시즌2에 대한 부담감도 밝혔다. 시즌1 때 부담감 때문에 치아를 6, 7개 뺐다던 황 감독은 “충분히 뺐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치통이 등장했다”며 “치과 가면 2개는 뽑고 임플란트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털어놨다. 황 감독은 이어 “요즘은 부담이 굳어서 돌덩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시청자가 미워하거나 사랑하는 캐릭터를 만들면 시즌2도 사랑받을 것”이라고 자신감도 내비쳤다.
배우들은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인공 성기훈 역을 맡은 이정재는 “기훈의 감정이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시즌2에선) 목표가 뚜렷한 인물로 변화했다”고 했다. ‘프런트맨’을 연기한 이병헌은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것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시즌1보다) 충격은 덜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인물의 스토리와 드라마가 시즌2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 캐스팅 논란에 휩싸인 배우 최승현(탑)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넷플릭스는 시즌2 세트장을 구현한 체험존도 마련했다. 시민들은 마치 작품 속 참가자가 된 듯 체험존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배우 공유가 연기했던 ‘딱지남’과 딱지치기 내기를 하고, ‘오징어 게임’을 컴퓨터그래픽(CG)로 구현한 온라인 게임도 즐길 수 있었다. 메리언 리 넷플릭스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오징어 게임’ 시즌2 예고편은 올해 넷플릭스 예고편 가운데 최다 조회 수를 기록했다”며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인 이 한국 작품의 귀환을 축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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