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3일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 부대원들의 국회 진입을 지휘한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육군 대령)이 “국회의원들이 모이고 있다는데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단장은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이같이 지시하고, 곽 사령관이 이 지시를 자신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전파됐다고 밝혔다. 그간 대통령실은 “국회가 (계엄 해제) 동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의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막지 않았다”고 해명해 왔는데 이런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김 단장은 “올해 처음 헬기를 이용해 (여의도 인근 한강) 노들섬에 (병력을) 전개하는 훈련도 4, 5월쯤 실시했다”며 이는 서울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났을 때를 가정한 훈련이었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 당일에도 비슷한 훈련을 했는데, 이런 훈련이 계엄 실행 준비 훈련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단장은 “계엄 선포는 상상도 못했다. 계엄 모의 훈련은 아니었다”고 했다.
● “김용현이 특전사령관에게 의원 관련 지시”
김 단장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같이 밝혔다. 김 단장은 이 자리에서 “곽 사령관에게서 (계엄 선포) 당일 안보폰(비화폰)으로 ‘국회의원들이 모인다는데,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고 한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끌어낼 수 있겠냐’고 묻는 뉘앙스였다”고 했다. 헌법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현재 기준 151명)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과반수가 모이는 것을 막으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 것.
김 단장은 이 같은 지시가 곽 사령관 뜻은 아니었다고 했다. 김 단장은 “김 장관이 전화로 곽 사령관에게 지시한 내용을 사령관이 (특전사) 지휘통제실에서 그대로 (내게)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김 단장은 김 장관 지시를 그대로 전달하는 곽 사령관의 전화를 1~2분 간격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의원들 끌어내라는데 가능하겠냐고 사령관이 물었고, 내가 ‘진입도 불가능하다’고 답하자 사령관은 ‘무리하지 마라. 국민 안전 부대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겨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증언이 나오면서 대통령실이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이 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일 외신에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국회가 (계엄) 동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진입을 막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계엄 선포 당일 김 전 장관이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수시로 높임말로 통화하는 동시에 현장에 병력을 보낸 지휘관들에게도 지시를 계속 전달한 것으로 볼 때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150명 넘게 모이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지시를 김 장관에게 전달했고, 이 지시가 김 단장에게까지 내려갔을 것이란 개연성이 짙어졌다.
● ‘이름-얼굴 비공개’ 내규 깨고 울먹여
이날 김 단장은 대북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원들은 얼굴도 이름도 공개돼선 안 된다는 특전사 내규를 어기고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 채 기자회견을 했다. 김 단장은 “얼굴이 공개돼도 도 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왔다”고 답했다.
그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이다. 부대원들 사지로 몰았다. 전투에서 이런 무능한 명령 내렸다면 전원 사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울먹였다. “707부대원들은 김 전 장관에게 이용당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다. 부대원들은 죄가 없다”며 “김 전 장관이 많이 원망스럽다”라고도 했다.
계엄 선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갑작스럽게 국회 진입 지시를 받는 바람에 국회 구조조차 몰라 우왕좌왕했던 점도 밝혔다. 김 단장은 “국회의사당과 국회의원회관 등 2개 건물 봉쇄 지시를 받았는데 국회 구조를 몰라서 티맵을 켜서 회관 위치 등 내부 구조를 확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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