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상반기 신규 레지던트 모집이 9일까지 진행됐지만 수련병원 대부분의 지원자가 한 자릿수에 그치는 등 지원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선 비상계엄 당시 포고령에서 ‘미복귀 전공의 처단’ 문구가 포함되며 “돌아오지 않겠다”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태도가 더 강경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 “‘전공의 처단’ 포고령에 마음 돌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에서 4일부터 이날까지 엿새 동안 내년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이 진행됐다. 전국 수련병원 211곳에서 총 3594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비수도권 수련병원의 경우 오후 5시 마감할 때까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던 곳도 적지 않았다.
서울 5대 대형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에서도 대부분 지원자는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비수도권 수련병원의 경우 지원자가 더 적었다. 국립대병원인 부산대병원의 경우 75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1명 뿐이었으며, 양산부산대병원도 64명을 모집했는데 역시 지원자는 1명 뿐이었다.
의료계에선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포고령이 낮은 지원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포고령에는 “전공의 등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일부에서 돌아올 조짐이 있었는데 했는데 포고령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고 들었다”며 “안 그래도 정부에 대한 반발이 컸는데 완전히 돌아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수련병원 복귀를 조금이라도 유도하겠다며 당초 계획을 수정해 수도권 정원을 비수도권보다 많게 하며 복귀를 유도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선 모집정원 대비 지원율이 올해 7, 8월 진행했던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의 1.6%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인턴, 레지던트 고연차 모집도 난항 예상
이번 신규 레지던트 모집을 시작으로 내년도 전공의 모집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인턴은 내년 1월 22, 23일 원서를 받고 시험을 거쳐 31일 합격자를 발표한다. 또 내년 1월 말부터 레지던트 2~4년차 지원도 받는다. 하지만 현재로선 인턴 및 레지던트 2~4년차 모집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대형병원의 의료진 부족 및 의료공백은 내년에도 상당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의료계에선 복귀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수련특례와 병역 특례 등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추가 특례 부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대·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대학 총장들에게 2025학년도 모집정지를 재차 촉구했다. 다만 동시에 “2025학번과 2026학번 중 한 곳의 모집정지는 필연적”이라고도 했다. 대학별 수시 합격자 발표가 이어지면서 2025년도 의대 모집정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자 2026학년도 모집정지를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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