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보호 최후의 보루 ‘최우선 변제금’[이주현의 경매 길라잡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0일 03시 00분


최우선 변제금은 주택 경매 시,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전세보증금
서울이면 보증금 1억6500만 원… 전셋집에 최대 5500만 원 변제
근저당일 기준 보증금이 상한선… 넘지 않고, 경매 전 대항력 갖춰야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 씨는 전세로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전입신고를 완료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 요건은 갖췄지만,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정일자를 받지 않으면 경매 절차에서 우선 변제권이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배당받지 못한다. A 씨는 “열심히 월급을 모아 보증금 1억6000만 원을 마련했다”며 “하루하루가 지옥이다”라고 했다. A 씨는 과연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을까?

정답부터 얘기하면 A 씨는 다행스럽게도 전세보증금의 일부를 배당받을 수 있다. A 씨가 최우선 변제금 제도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최우선 변제금이란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임차인의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해 돌려주는 금액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보장한다. 일정액의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현재 기준으로 서울은 5500만 원, 과밀억제권역은 4800만 원까지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최우선 변제금 제도는 임차인들의 최저 생계비를 보장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크다. 경매 절차에서 임차인이 무일푼으로 내쫓기는 극단의 상황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세입자라면 반드시 최우선 변제금에 대해 알아둬야 한다.

첫째, 대항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임차인이 주민등록과 주택의 인도를 마치고 전세보증금이 지역별로 정한 ‘소액’ 요건에 해당해야 한다.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따른 소액 임차인의 범위는 △서울은 전세보증금 1억6500만 원 이하 △과밀억제권역은 1억4500만 원 이하 △인천을 제외한 광역시 등과 그 밖의 지역은 각각 8500만 원과 7500만 원 이하다. 이 기준은 세월이 지날수록 시행령 개정을 통해 증액한다.

하지만 경매 절차에서 임차인에게 최우선 변제금을 배당할 때는 현재 기준으로 소액 기준과 범위를 적용하지 않고, 등기부등본에 설정된 담보물권(근저당권 등)을 기준으로 한다. 기준 금액이 변경되기 전에 담보물권이 먼저 설정돼 있다면, 변경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

예를 들면 2023년 2월 20일까지 서울지역 소액 임차인의 기준은 1억5000만 원(현재 1억6500만 원)이고, 최우선 변제액은 5500만 원이었다. 2023년 2월 20일 전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주택에 올해 7월 임대차 계약을 하고 전입신고를 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현재 소액 임차인 기준인 1억6500만 원이 적용되지 않고 근저당권 설정 당시 기준 금액인 1억5000만 원이 적용된다. 7월 계약 때 1억6500만 원에 계약했다면 경매 절차에서 최우선 변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임대차 계약 전 담보물권 설정 여부와 그 날짜를 보고 최우선 변제 기준과 범위를 확인해야 안전하다. 또 근저당 설정일의 기준 금액에 맞춰 임대차 계약을 했더라도 나중에 보증금을 증액함으로써 그 기준을 초과할 경우에도 최우선 변제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둘째, 대항 요건(전입신고와 점유)은 경매개시결정등기 전까지 갖춰야 보호받을 수 있다. 최우선 변제 제도는 확정일자 존재 유무에 상관없이 대항 요건만 갖추면 되므로 소유자가 이를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소유자가 법원에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하고 최우선 변제금을 빼돌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법에서는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대항 요건을 갖춘 임차인만을 보호하는 것이다.

#세입자 보호#최후의 보루#최우선 변제금#이주현의 경매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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