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산업 기업들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100대 방산 기업에 역대 가장 많은 기업이 포함됐고 이 기업들의 총매출도 한국을 턱밑까지 따라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한국의 방산 외교가 주춤하는 사이 일본이 한국의 주요 방산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매출 기준 2023년 글로벌 100대 방산 기업 명단에 일본 기업 5곳(미쓰비시 중공업, 가와사키 중공업, 후지쓰, NEC, 미쓰비시 전기)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한화그룹,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4곳이다.
이 기업들의 매출 총액은 한국 109억8000만 달러(약 15조7530억 원), 일본 99억9000만 달러(약 14조3326억 원)다. 2022년의 경우 한국 97억1000만 달러, 일본은 63억5000만 달러였다. 약 33억 달러였던 매출액 차이가 불과 1년 만에 10억 달러 수준으로 좁혀진 것이다.
일본은 2014년 평화에 공헌하거나, 동맹국과의 안보 협력이 필요한 경우 등 일정 요건에서 방산 장비를 수출할 수 있도록 무기 수출 빗장을 풀었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개정하면서 무기 수출 범위를 넓히고 살상 무기 이전도 가능하게 했다.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해 미일 동맹도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올해 4월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산과 무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은 함정과 전투기, 미사일 등에 사용되는 소재, 부품, 장비를 중심으로 수출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은 미국에 일본산 패트리엇 미사일을 수출하기로 했고, 군함 및 전투기용 레이더 수출도 추진 중이다. 동남아와 중동 국가들과도 각종 군용 장비 수출을 조율하고 있다.
방산 업계에서는 불법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따른 방산 외교력 부재를 우려하고 있다. 방산 수출은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은 3조3500억 원 규모의 폴란드 해군 차기 잠수함 사업에서 경쟁하고 있다. 또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수주전에서도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 무기나 사업을 발주하는 나라 입장에서는 생산과 사업의 안전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계엄에 따른 혼란이 한국의 위험 요인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일본 등 경쟁국들이 이를 활용해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9조 원대로 추정되는 K2 흑표 전차의 폴란드 수출 2차 계약도 계엄 후폭풍으로 연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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