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배차 간격에 플랫폼 ‘혼잡’…가축수송 이어져
열차 이용객도 혼란…“우리 같은 노인들은 어쩌라고”
“밀지 마세요!”, “아, 진짜 좀!”
10일 오전 출근길에 방문한 서울역 1호선 플랫폼. 이곳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평소보다 늘어진 배차간격에 플랫폼은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열차가 도착해도 이미 만차인 열차에 탑승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열차 내부는 이미 출근 전부터 지친 직장인들의 신음으로 가득했다.
이날 출근길에 만난 2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언짢은 목소리로 “대체 며칠째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며 “노사 간의 싸움에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라고 전했다.
10일 직접 철도 현장을 확인한 결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이 길어져 시민들의 불편함이 극대화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레일 노사가 6일 넘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파업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하철 1호선은 이번 철도파업에 직격타를 맞았다. 출퇴근길 사람들의 수요가 몰리는 서울역~동묘앞 구간은 상·하행선을 가리지 않고 ‘가축 수송’을 이어갔다. 직장인들은 이미 만차로 도착한 열차에 몸을 억지로 구겨 넣었다. 이마저도 여의찮아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도착한 열차들을 보내고 다음 열차에 몸을 실어야 했다.
평소 인천에서 1호선 종각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정다현(29) 씨는 “이미 열차를 두 대 보내고 기다리는 중”이라며 “서울역에서 종각까지 단 두 정거장을 못 가서 지각할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열차 이용객들도 불편함을 호소했다. 서울역 대합실 내 도착 안내판에 표시된 대부분의 열차는 운행이 중지된 상황이었다. 시민들은 운행 중지된 열차를 대신할 다른 기차 편을 알아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합실과 열차 플랫폼에는 열차 지연 및 취소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부산으로 여행을 간다는 김 모 씨(27)는 “열차가 취소돼 급하게 다른 열차 편을 알아보다가 겨우 KTX 표를 구했다”며 “파업하는 심정은 이해되지만, 이 상황이 길어지면 안 될 것 같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특히 ‘코레일 톡’ 앱을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60대 이상의 노년층들은 이번 파업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다. 이날 만난 대부분의 노년층 승객은 “열차표가 취소된 줄도 몰랐다”고 입 모아 전했다. 승차권 대면 창구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도 60대 이상의 노년층들이었다.
울산으로 향한다는 80대 김종호 씨는 “오전 9시 28분 열차가 취소되는지 모르고 아침 일찍 서울역에 도착했다”며 “자식들이 표를 대신 끊어주는 우리 같은 노년층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장기화되고 있는 철도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철도노조는 교섭을 재개해 논의해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날(9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 전국철도노동조합 사무실을 현장 방문해 중재에 나섰다.
이번 중재를 계기로 양측은 주요 양측은 이번 파업의 주요 원인인 임금 문제 부분을 중점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코레일과 철도노조에 따르면 오전 10시부터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에서 비공개 실무진 협의가 현재 진행 중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오늘 오전 코레일 서울 본부에서 비공개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건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철도노조 관계자 또한 “실무진 협의는 계속해서 해왔다”며 “서로의 의견 차이를 확인하고 좁혀나가는 과정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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