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 학생회가 10일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행위였으나 지금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학생들을 향한 폭언이나 항의를 멈춰달라고 밝혔다.
충암고 학생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과 충암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연관으로 인해 재학생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학생회는 “12·3 사태로 인한 시민의 분노는 충암고 학생회 또한 백번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대통령 및 논란의 인물들은 충암고를 졸업한 지 40년이나 지났고, 이들은 교육의 의무로 충암고를 잠시 거쳐 간 인물들일 뿐 재학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충암고 학생회 따르면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이후 충암고 교복을 입은 학생에게 폭언하고 취업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거나 교무실에 항의 전화가 지속적으로 오고 있다.
학생회는 “학교 정상화, 체육관 공사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단 한 번도 특혜를 기대하며 졸업생과 접촉한 적이 없다”며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지지와 학교의 지원 속에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학생 자치를 수행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민주사회 가치를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암고 재학생을 향해 비난하는 일은 멈춰주시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자신들의 미래를 꿈꾸고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충암고 측은 재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우려해 경찰에 순찰 강화를 요청했다. 9일 서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충암고는 최근 경찰에 ‘등하교 시간 순찰 강화’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공문 접수 후) 관할 파출소에서 두 시간마다 순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충암고 8회, 김 전 장관은 7회 졸업생이다. 김 전 장관과 계엄 실행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17회, 대북 특수정보 수집 핵심 기관으로 꼽히는 777사령부 박종선 사령관은 19회 졸업생이다. 또 경찰을 담당하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충암고 12회 졸업생이다.
이윤찬 충암고 교장은 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계엄령 선포 및 해제 이후 사흘간 약 120통의 항의 전화가 학교로 왔다. ‘학교 이름을 계엄고로 바꿔라’, ‘학교를 폭파해라’ 등의 내용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스쿨버스 운행을 방해하는 시민도 있었다고 한다.
충암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충암고는 6일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내년 2월까지 등교 복장을 임시로 자율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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