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후보들 강경투쟁 한 목소리…“명예롭게 감옥 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0일 18시 17분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 후보자합동설명회’에서 후보자들이 정견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택우 후보, 강희경 후보, 주수호 후보, 이동욱 후보, 최안나 후보. 뉴스1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 열린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합동설명회에선 “(싸우다) 감옥에 가야 한다면 기꺼이 가겠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처단해야 한다고 한 자를 처단해야 한다” 등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의료계에선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강경파가 힘을 얻으면서 내년 1월 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의정갈등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연 합동설명회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미복귀 전공의 처단’ 포고령에 대한 차기 의협 회장 후보 5명의 비판이 쏟아졌다.

김택우 전 의협 비대위원장은 “계엄 선포 후 전공의를 반민주 세력으로 규정하고 처단을 언급하는 어이없는 행동을 보였다”며 윤 대통령 등 계엄 추진 세력을 비판했다. 현 집행부로서는 유일하게 출마를 선언한 최안나 의협 대변인도 “미친 비상계엄은 올 2월 밑도 끝도 없이 내지른 의대 증원부터 시작됐다”며 “모두 뭉쳐서 전공의를 처단하겠다고 한 자를 처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보 대부분은 당선될 경우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회장이 감옥에 가야한다면 명예롭게 생각하고 가겠다”고 했고,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저는 의대증원 발표 이후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싸우며 투쟁해 온 지치지 않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화파로 꼽히는 강희경 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협도 (정부) 못지 않게 불통이라고 한다. 국민과 연대하며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소통과 대화를 강조했다.

설명회에선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의정갈등이 우선순위에서 멀어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최 대변인은 “비상계엄 이후 정치권의 모든 관심이 의료현안을 떠났다”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2025년 의대 정원도 유동적이라고 했으나 대통령실에서 거부당한 바 있다. 대통령실이 무너졌으니 이제 실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의료계에선 누가 의협 회장에 선출돼도 의정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 처단 문구 등으로 악화된 의료계 분위기를 감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회장 선거는 다음 달 2, 3일 진행되며 4일 개표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7, 8일 결선투표를 거쳐 최종 당선인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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