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 열린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합동설명회에선 “(싸우다) 감옥에 가야 한다면 기꺼이 가겠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처단해야 한다고 한 자를 처단해야 한다” 등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의료계에선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강경파가 힘을 얻으면서 내년 1월 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의정갈등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연 합동설명회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미복귀 전공의 처단’ 포고령에 대한 차기 의협 회장 후보 5명의 비판이 쏟아졌다.
김택우 전 의협 비대위원장은 “계엄 선포 후 전공의를 반민주 세력으로 규정하고 처단을 언급하는 어이없는 행동을 보였다”며 윤 대통령 등 계엄 추진 세력을 비판했다. 현 집행부로서는 유일하게 출마를 선언한 최안나 의협 대변인도 “미친 비상계엄은 올 2월 밑도 끝도 없이 내지른 의대 증원부터 시작됐다”며 “모두 뭉쳐서 전공의를 처단하겠다고 한 자를 처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보 대부분은 당선될 경우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회장이 감옥에 가야한다면 명예롭게 생각하고 가겠다”고 했고,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저는 의대증원 발표 이후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싸우며 투쟁해 온 지치지 않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화파로 꼽히는 강희경 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협도 (정부) 못지 않게 불통이라고 한다. 국민과 연대하며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소통과 대화를 강조했다.
설명회에선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의정갈등이 우선순위에서 멀어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최 대변인은 “비상계엄 이후 정치권의 모든 관심이 의료현안을 떠났다”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2025년 의대 정원도 유동적이라고 했으나 대통령실에서 거부당한 바 있다. 대통령실이 무너졌으니 이제 실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의료계에선 누가 의협 회장에 선출돼도 의정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 처단 문구 등으로 악화된 의료계 분위기를 감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회장 선거는 다음 달 2, 3일 진행되며 4일 개표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7, 8일 결선투표를 거쳐 최종 당선인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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