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부도’ 인기 온천 관광지
개발 추진-무산 반복되며 방치
내년 투자펀드로 민간 투자 유치
전시관-호텔-연수원 등 조성 계획
2001년 10월 개봉한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임순례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황정민과 오광록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고달픈 현실 속에서 나이트클럽 밴드로 살아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쓸쓸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의 ‘와이키키호텔’이다. 1980, 90년대 온천 관광지 수안보를 대표하는 곳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2002년 부도가 난 뒤 흉물로 방치됐다. 이후 수차례 개발이 추진됐다가 무산된 와이키키를 ‘미디어아트 복합관광휴양시설’로 바꾸기 위한 사업이 재추진 중이다.
10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민간기업 빌리언RE㈜는 1500억 원을 들여 이곳에 △아날로그 미술전시관 △국내 최대 수생정원 돔 카페 △미디어·오디오아트 △노천 온천스파·신축호텔 △공유연수원(기존 KT&G 연수원)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새활용(업사이클링)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부도 후 방치됐던 와이키키는 2010년 한 업체가 ‘신재생 그린 테마파크’로 재개발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이랜드가 2013년 인수해 대규모 휴양시설로 개발하려다 내부 사정으로 2017년 포기했고, 이후 2020년 빌리언RE㈜가 인수해 재추진하는 것이다.
김기완 도 투자유치팀장은 “지난주 업체 관계자들과 회의를 해 추진 상황 등을 논의했다”며 “업체의 사업 추진 의지가 강하고, 도 역시 이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내년 상반기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는 지역·민간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펀드는 정부재정(1000억 원)과 KDB산업은행 출자(1000억 원), 지방소멸대응기금(1000억 원) 등 총 3000억 원 규모로 올해 처음 조성됐다. 1호 사업은 ‘단양역 관광시설 개발사업’이 선정됐다.
도는 침체된 수안보 관광 활성화를 위해 미술전시관, 호텔, 공유연수원 등이 어우러진 독특한 체류형 관광지 조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구상이다. 기반 시설은 좋은 편이다. 지난달 30일 수안보 고속철도(KTX)역이 개통해 판교에서 수안보까지 1시간이면 오갈 수 있다. 지난해 최고급 온천호텔인 ‘유원재’가 들어서 체류 시설도 확충됐다. 충주시도 철저한 수질 관리를 위해 ‘중앙 집중 방식’으로 온천수를 호텔과 대중탕 등에 일괄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현장을 둘러본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교통·정주 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없어 아쉬웠는데 수안보 와이키키 새활용 사업이 이뤄지면 수안보가 국내 최고 온천도시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수안보 온천은 지하 250m의 암반층에서 솟구친다. 온천수는 섭씨 53도이며, 산성도(pH) 8.3의 약알칼리성을 띠고 있다. 충주시는 온천수 사용량 증가에 대비해 온천공(溫泉孔·온천물이 솟아 나오는 구멍)을 개발 중이다. 2020년 진행한 ‘신규 온천공 개발을 위한 자원조사 용역’ 결과 수안보 일대에 온천공 14곳이 확인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9월 충주시를 대한민국 최초의 ‘온천도시’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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