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등 불법 어구 사용한 ‘뻥치기’… 대형 선망 ‘싹쓸이’로 어민 피해 심각
도, 조업 금지 구역 확대 요청했지만… 지역-업종 이해 충돌해 법 개정 불발
내년 3월까지 불법조업 특별단속
제주도가 타 시도 어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형 선망의 ‘싹쓸이 조업’에 이어 특수 장치를 이용한 일명 ‘뻥치기 조업’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 어민 가슴 울리는 ‘뻥치기’ 기승
제주특별자치도는 내년 3월까지 도 소속 어업지도선인 삼다호와 영주호를 추자도 해역에 전진 배치해 불법 조업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인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단속은 겨울철 방어와 참돔 어장이 형성되면서 예상되는 타 시도 어선의 조업 구역 침범과 선자망 어선의 뻥치기 조업을 막기 위해 이뤄졌다. 선자망 조업은 표·중층에 군집한 어류를 그물로 둘러싼 다음 돌 투척 등 충격음을 만들어 달아나는 물고기가 그물코에 꽂히거나 얽히도록 해 잡는 전통 어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획 능률을 높이기 위해 나팔 확성기, 공기 압축기 등 불법 어구를 사용하는 뻥치기 조업으로 추자도 어민들의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제주도는 올 2월 16일 수산업법과 수산자원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남 진도 선적 A호(연안자망·9.77t)를 적발하기도 했다. 당시 A호는 추자도 횡간도 남쪽 0.55km 해상에서 나팔 확성기, 에어 컴프레서 등 불법 어구를 동원해 참돔 약 410kg을 어획했다.
● 대형 선망은 1년 치 어획량 싹쓸이
대형 선망의 싹쓸이 조업도 문제가 되고 있다.
2022년 1월 7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삼치 15만 마리(약 480t)가 판매됐다. 판매된 삼치 15만 마리는 한 대형 선망 선단이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한 것으로 위판 금액만 20억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480t은 추자도 전체 어민들의 1년 어획량 수준이다.
2021년 12월 14일에도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참돔 2만5000마리가 한 번에 매물로 나왔다. 이 참돔 역시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어획한 것으로, 약 1억5000만 원에 판매됐다.
제주도는 2022년 1월 해양수산부에 ‘조업 금지 구역 확대’를 공식 요청했다. 수산업법과 수산자원관리법에서 조업 금지 구역으로 규정한 ‘제주도 본섬 기준 대형 선망 7400m 이내, 근해안강망 5500m 이내’가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다. 제주도는 대형 선망 어선의 무분별한 조업으로 인한 어장 황폐화를 막기 위해서는 ‘대형 선망 제주 주변 12해리(약 2만2224m) 이내’로 조업 금지 구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업 구역 조정 문제는 어업인의 생산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역 간, 업종 간 이해가 첨예해 21대 국회에서는 법을 개정하지 못했다.
제주도는 22대 국회에서 조업 금지 구역 확대를 위한 입법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특히 법제, 행정, 해양, 지역행정 등 전문가로 구성된 ‘제주 바다 자치 실현 워킹그룹’을 출범시켜 2026년까지 조업 금지 구역 확대를 위한 법제 연구 및 입법 추진 방식, 제주특별법 권한 이양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특별단속을 통해 겨울철 어장 형성으로 예상되는 불법 조업을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라며 “조업 금지 구역 확대 문제도 긴 호흡을 갖고 법 개정에 매달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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