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뚝 떨어진 韓 성인 문해력, OECD 평균도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1일 03시 00분


OECD 31개국 16∼65세 조사
언어능력, 10년새 24점 떨어져
수리-문제해결력도 평균보다 낮아
“고령화-스마트폰 보급 확대 등 영향”

“알림장에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앞 글자를 모아 ‘국·수·사·과 준비’라고 적었더니 국수와 사과를 들고 온 학생이 있었습니다. 학부모가 잘못 이해한 거죠”(한 초교 교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0일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한국 성인(16∼65세)의 언어 및 수리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이 OECD 국가 평균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언어능력 점수는 10년 전 조사보다 크게 떨어지며 최근 논란이 된 문해력 저하 실태를 보여 줬다.

● 수치로 드러난 ‘문해력 저하’

OECD에서 10년 주기로 실시하는 PIAAC는 미국 일본 등 31개국에서 16∼65세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성인 역량 조사다. 2011, 2012년 처음 실시됐으며 2022, 2023년 두 번째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는 한국인 6198명을 비롯해 16만 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한국 성인의 언어능력은 500점 만점에 249점으로 OECD 평균(260점)보다 11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능력은 253점, 문제해결능력은 238점이었는데 이 역시 OECD 평균보다 각각 10점, 13점 낮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특히 언어능력 저하가 두드러진다. 2011, 2012년 조사에서 한국 성인의 언어능력 점수는 273점으로 당시 OECD 평균과 같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과거보다 24점 하락하며 OECD 평균보다 11점 낮았다. 언어능력 점수는 모든 연령대에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언어능력의 경우 10년 전과 이번 조사에 모두 참여한 27개국 중 핀란드, 덴마크만 평균 점수가 상승했다”며 “2010년 이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며 책과 문자를 접하는 빈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팬데믹 기간 고립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급속한 고령화 영향도

한국의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도 역량 저하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연령이 낮을수록 세 역량 점수가 높았는데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점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분석 대상을 16∼24세로 한정할 경우 한국의 언어능력은 276점으로 OECD 평균보다 3점 높았고, 수리능력은 273점으로 OECD 평균보다 1점 높았다. 또 1차 조사 결과가 발표된 2013년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1.9%를 차지했으나 2차 조사 결과가 발표된 2024년에는 19.2%로 늘었다.

OECD 보고서는 “일본, 스웨덴, 핀란드 등이 전 영역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며 “지난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언어·수리능력 저하가 나타났으며 특히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70대 중반 이상 초고령층이 급속히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 역량 측면에서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며 “같은 연령층 내 교육 양극화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어능력#성인 문해력#성인 역량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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