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비자금 조성’ 한컴 회장 차남 2심서도 실형

소프트웨어업체 한글과 컴퓨터 김상철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된 김회장의 아들 김모씨가 13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김 씨는 한컴 계열사가 발행에 관여한 가상화폐 아로와나 코인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3.12.13.뉴시스

한글과컴퓨터그룹(한컴그룹) 계열사가 투자한 가상자산으로 96억원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의 차남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1일 수원고법 형사3-1부(고법판사 원익선 김동규 김종기)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한컴 차남 김모(35)씨와 아로와나테크 대표 정모(48)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추징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이를 명하지 않았고, 당심에서 이를 살펴봐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다”며 “특히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피해 회사에 대해 배임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인데 피해액 상당 부분을 변제했고, 피해 회사가 처벌 불원 의사를 표시한 점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이 여러 설시한 사정과 양형의 조건 등을 보면 원심의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1심 선고 이후 형을 변경할 만한 사정 변경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 등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국내 가상자산 컨설팅 업자에게 아로와나토큰 1457만1000여개의 매도를 의뢰하고 수수료 등을 공제한 정산금 80억3000만원 상당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김씨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22년 3월 해외 가상자산 관련 업자에게 아로와나토큰 400만개의 운용과 매도를 의뢰하고 운용수익금 15억7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김씨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받은 혐의도 있다.

아로와나토큰은 한컴 계열사 한컴위드에서 지분을 투자한 가상화폐다. 2021년 4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됐다가 2022년 8월 상장 폐지됐다.

이 사건 1심은 김씨와 정씨의 혐의로 유죄로 판단해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이 구형한 추징금 96억원에 대해서는 “제출 증거만으로 부패재산몰수법이 정한 범죄 피해 자산에 대한 추징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