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인사 키워드는 ‘슬림화’… 승진 폭 줄이고 임원 수도 감축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2일 03시 00분


내년 경영환경 불확실성 감안
“조직-리더십 최적화에 집중”
삼성-SK-LG 신임 부회장 없어
기술경쟁 이끌 이공계 전진배치

올해 4대 그룹 연말 인사는 불확실성 대비를 위한 ‘조직 슬림화’로 요약된다. 고금리, 고물가 속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확장보다는 효율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특히 부회장 승진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삼성, SK, LG 모두 3년째 신임 부회장이 배출되지 않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2025년도 인사’에서 임원 승진자는 137명으로 전년 대비 6명(4%) 감소했다. 삼성전자 임원 승진자는 재작년 187명에서 작년 143명으로 대폭 줄어든 이후 올해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갔다.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도 임원 승진자 수가 각각 7명(9%), 13명(5%), 16명(12%) 축소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임원 인사는 내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조직과 리더십을 최적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LG는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한 슬림화”라고 설명했다. 올 9월 인사를 시행한 한화는 12월 기준 전체 임원 수가 지난해 12월 대비 20여 명 줄었다.

이전과 달리 부회장 승진자를 찾기 힘들다는 점도 ‘뉴 노멀’이다. 특히 SK와 LG는 인사 직전 주요 계열사 사장의 부회장 승진 하마평이 돌았으나 결국 사장 유임으로 마무리됐다. 삼성전자는 2021년 말 단행한 ‘2022년도 인사’에서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및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의 부회장 승진이 마지막이다. 한화 역시 올해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다. 현대차만 유일하게 장재훈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 조직 긴장도를 높이려면 승진 폭을 축소하는 게 운영 효율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며 “아울러 전반적으로 임원 수를 줄이는 기조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구성원들의 심리적 위화감을 고려해 부회장 승진자를 굳이 만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또 각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시기가 아닌 만큼 부회장 승진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총수 혼자서 모든 계열사를 챙기기 버거울 때 ‘반(半)오너’로서 조력자 역할을 하는 부회장이 필요한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각 그룹사 상황은 예전과 달리 조직이 급변하는 게 아니어서 안정성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기술 경쟁 속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해 이공계 출신 경영진을 전진 배치한 점도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는 실적 저조를 겪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에 ‘기술통’ 경영진을 앉혔다.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해 남석우 사장이 맡도록 한 것이다.

현대차는 미래 성장동력인 글로벌 전동화 분야 전문가들을 요직으로 발탁했다.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인 김창환 전무와 전동화시험센터장 한동희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LG도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ABC(인공지능, 바이오, 클린테크)’ 중심으로 승진시켜 신규 임원 중 23%가 ABC 분야에서 발탁됐다.

#4대그룹#인사 키워드#슬림화#승진#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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