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인과 윈윈 청년상인 3人
시장 전통문화에 아이디어 접목
글로벌 시장 개척-관광명소 발전
전통시장이 변신하고 있다. 한때 존폐 위기에 놓였던 전국의 전통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시장이 되살아나자 지역 상인들도 숨통이 트였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명소로 발전한 전통시장도 늘어나고 있다. 이 변화의 주역은 청년이다. 청년들이 전통시장에 둥지를 틀고 지역 상인과 협업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성공 사례로 꼽히는 청년 상인들을 소개한다.
● 삼척 청년몰, 지역과 상생하는 ‘청년희망플랫폼’
강원 삼척시 진주로에 있는 삼척중앙시장은 1770년 읍내 장으로 출발했다. 전통시장의 모습을 갖춘 것은 1975년. 삼척탄전이 번성할 때 크게 번영했지만 광업 쇠퇴로 어려움을 맞았다. 이러다가 시장 자체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때 청년들이 이곳에 왔다. 2018년 12월, 청년몰 ‘청춘해’를 만들었다. 청춘해는 시장 건물의 2층과 3층에 자리 잡았다. 이후 이 지역은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아지트가 됐다. 현재 20여 개의 가게가 성업 중이다. 2층에는 노브랜드 매장과 푸드코트를 비롯해 돈가스와 햄버거를 파는 가게가 있다. 3층에는 도자기 공방, 미용실, 수족관, 꽃집 등이 포진해 있다.
청년몰 청춘해의 박영훈 대표는 돈가스 가게를 운영 중이다. 박 대표에게 청춘몰의 장점을 물었다. 박 대표는 “청년이 지역사회에서 창업에 도전할 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과 지자체 등의 도움을 받아 저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임차료 외에도 창업에 필요한 교육 서비스까지 제공함으로써 일종의 ‘창업 인큐베이팅’ 역할을 한다.
삼척 청년몰은 지역사회와도 적극 협력한다. 삼척시와 연계해 지역 축제와 행사에 참여한다. 청년몰 공간에서 문화 공연을 진행하거나 분기별로 플리마켓을 연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역민들의 참여가 활발해졌고, 삼척시장을 찾는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박 대표는 “삼척시장 청년몰은 청년 상인의 열정과 지자체, 다양한 기관이 잘 어우러져 성공한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척 청년몰은 내년 KTX 개통을 앞두고 삼척관광문화재단과 협업해 삼척 투어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하고 있다.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전통 만두로 글로벌 시장 개척 ‘육거리소문난만두’
충북 청주시 석교동 도심에 육거리시장이란 전통시장이 있다. 여섯 갈래의 길이 만나는 곳에 있다고 해서 육거리시장이라 부른다.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장사하는 소상공인은 2000여 명이다. 하루 방문객이 1만여 명에 이를 만큼 지역 명소로 자리잡았다.
‘육거리소문난만두’는 1970년대 노점으로 시작해 1980년대 이 시장에 자리 잡았다. 이후 3대, 50년 동안 전통의 맛을 지켜 왔다. 하지만 후계자가 없어 폐업 위기에 놓였다. 그러던 중 2020년, 은행원이었던 이지은 씨가 후계자를 자처해 사업을 이어갔다. 폐업 당시 육거리소문난만두의 대표는 이 씨 남편의 친척이었다. 그 인연을 통해 사업을 ‘물려받은’ 것.
이 대표는 무말랭이를 활용해 독특한 만두소를 만들어냈다. 지역의 신선한 재료를 주로 썼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를 맞았다. 전통시장은 아우성이었지만 이 대표는 적극적인 판로 개척에 나섰다. 소진공의 온라인 판로 개척 지원이 도움이 됐다. 이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 판매와 라이브 커머스를 강화했다. 그 결과 네이버 쇼핑 냉동만두 부문 1위에 올랐다.
육거리소문난만두는 2023년 8억1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20억 원이 예상된다. 2025년 36억 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특히, 올해 미국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유럽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건강과 채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신 흐름과 현지 사정에 발맞춰 ‘제로 슈거 만두’와 ‘비건 만두’를 개발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런 제품들은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출발했지만, 혁신을 통해 전통시장의 이미지를 현대화하고 소비자층을 해외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이 대표는 “전통시장은 단순한 거래의 공간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소중한 터전”이라며 “전통시장과 상생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육거리소문난만두는 전통시장이라는 뿌리를 지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해 지역 경제와 전통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청년 상인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전통시장 창업을 선택한 ‘느린먹거리by부각마을’
광주 광산구 1913송정역시장은 1913년 출범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 시장의 이름에 출범 연도인 ‘1913’을 넣었다. 바로 이 1913송정역시장에서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창업에 성공한 청년 상인이 있다. 바로 ‘느린먹거리by부각마을’의 노지현 대표다.
노 대표는 김부각을 만든다. 2015년, 어린 아들이 김부각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잊혀 가던 전통 먹거리의 가치를 생각하게 됐다. 1913송정역 시장에 가게를 차렸다. ‘왜 쇠퇴해 가는 전통시장에 터를 잡느냐’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노 대표는 전통시장을 고집했다. 시장의 문화와 전통에 기반한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순수미술을 전공한 그는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마음으로 창업했다. 김부각이 밥반찬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현대인의 간식으로 재탄생시켰다. 저염식, 고품질 재료, 한입 크기라는 특징을 내세웠다. 노 대표는 “제품을 판매하기보다 우리 먹거리가 이렇게 훌륭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선택은 옳았다. 그의 브랜드는 로컬 유명 점포로 자리 잡았다. 부각의 연간 누적 판매량은 125만 개. 연평균 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노 대표는 “전통시장에서 고객과 직접 만나며 경험한 피드백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시장이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지역성과 가치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됐다”고 했다.
이제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 2028년까지 8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허받은 비건 부각 레시피를 개발하고, 제조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노 대표는 “지역을 기반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전통 먹거리를 만들고 싶다. 부각을 통해 감자칩을 대체할 수 있는 세계적인 간식 문화를 만드는 것이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사회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시장에서 시작한 작은 아이디어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간다면 그 자체로 성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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