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시니어 디지털 교육 박차
카카오, 복지관서 택시 호출 등 교육
배민, 앱 설치-주문 매뉴얼 발간해
“배울곳 없었는데… 답답함 해소”
“휴대전화에서 T라고 생긴 네모창을 누르시면 출발지와 도착지 칸이 뜨죠? 택시 기사님이 ‘어디로 갈까요’라고 묻는 것과 동일하게 생각하시고 내가 출발하는 곳과 가려는 곳을 각각 입력하시면 돼요.”
9일 서울 노원구 노원노인복지관에 모인 21명의 어르신들은 강사 시연을 보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방법을 따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는 카카오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 수업이다.
카카오는 이처럼 전국 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 디지털 서비스를 교육하는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 프로그램을 이달부터 본격 시작했다. 공모 계획서 심사를 통해 선발된 전국 100곳의 복지관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카카오톡 서비스, 모바일 폰 뱅킹부터 모바일 신분증 등록과 민원서류 발급 등 공공 서비스까지 어르신들이 그간 활용에 어려움을 느꼈던 서비스 이용법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시작한 디지털 금융소외 방지 프로그램 ‘사각사각 페이스쿨’이 호응을 얻자 실생활에서 많이 활용되는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다. 교육 과정에서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으로 편의점에서 결제하기,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고 기차 예매하기, 모바일 신분증 보여주기 등 일상생활 밀착형 비대면 서비스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어르신 ‘수강생’들은 택시 호출까지 성공하자 “아하, 이렇게 하는 거였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택시 호출뿐만 아니라 KTX 앱으로 기차표를 예매하고 내 위치를 공유하거나 주변 장소를 검색해 찾아가기까지 응용할 수 있는 교육도 이어졌다.
이날 수업에 참가한 정순덕 씨(76)는 “다들 휴대전화로 송금하고 금융 업무를 보던데 막상 하려고 하면 인증번호를 누르라고 하고 이게 제대로 하는 건지 불안해서 시도조차 못해 봤다”며 “주변에 배울 곳이 없어서 답답했는데 수업으로 하나씩 가르쳐주니 답답함이 해소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호응으로 디지털 교육 수업은 신청을 받는 즉시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것이 카카오 측의 설명이다. 보조 교사로 참여한 배명자 강사는 “어르신들은 QR코드로 친구 추가하기 등 다양하고 소소한 모바일 기능을 알고 싶어 하시지만 어디서 배워야 할지 몰랐다는 말씀을 하신다”고 했다.
실제로 고령층의 디지털 활용도는 전체 평균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해 11∼12월 한 달간 서울시가 만 55세 이상 1857명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바일을 이용한 메신저, 정보 검색, 동영상 시청 이용 경험률은 전체 평균과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상품 구매(38.4%), 음식 주문(30.0%), 교통 및 서비스 예약(27.4%) 경험률은 서울시 전체 시민 평균인 60∼70%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 같은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전국 대리점을 시니어 교육센터로 활용 중이다. 고령 고객들이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를 제작해 대리점 태블릿PC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다. 직원들이 이에 맞춰 고객에게 사용 방법을 안내하고 이후 고객이 스스로 튜토리얼을 따라 교육 내용을 터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앱 설치부터 회원 가입, 주문까지 배달 앱 사용에 필요한 전 과정을 단계별로 보고 읽기 쉽게 정리한 ‘쉬운 배달 앱 사용법 2024’를 발간하고 복지관 등에서 어르신들과 서비스를 실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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