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칼춤” 야당 탓하며 “탄핵이든 수사든 끝까지 싸울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3일 03시 00분


[탄핵론 기름 부은 尹]
달라진게 없는 尹 인식… 野 향해 “헌정파괴 괴물” 적대감
‘국정마비’ 표현 8회, ‘망국’ 6회… “간첩천국-마약소굴-조폭나라” 언급
민주당 “극우 논리로 폭력 사주”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후인 4일 국회 입구를 계엄군이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후인 4일 국회 입구를 계엄군이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며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때와 달라지지 않은 인식을 드러냈다. ‘반국가적 패악’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 등 계엄 선포 당시 사용했던 표현들을 재차 언급하며 자신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더불어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도 했다. 국회의 2차 탄핵소추안 표결과 강제수사를 앞두고 극우 및 일부 보수 지지층 여론을 자극해 이들의 집단 행동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극우 유튜버를 담화로 자극해 극우 소요를 선동하고 국회 난입 폭력을 사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尹, 극렬 지지층 향해 정당성 주장

윤 대통령은 담화 시작부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냐”고 반문했다. 담화 중간에는 “지금 여기저기서 광란의 칼춤을 추는 사람들은 나라가 이 상태에 오기까지 어디서, 도대체, 무얼 했습니까?”라고 호통치듯 끊어 읽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며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9일 전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한 계엄 선포 담화를 반복한 셈이다.

이날 29분의 담화는 3일 심야 계엄 선포 담화 내용과 유사했다. 윤 대통령은 3일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 “지금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등이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이날엔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됐다”,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주도한 세력과 범죄자 집단” 등 비슷한 표현을 썼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야당을 16차례 언급하며 ‘국정 마비’(8회), ‘망국’(6회), ‘국헌 문란’(5회), ‘방탄’(3회), ‘폭거’(3회) 등 거친 표현을 쓰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일방적인 상황 인식과 주장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해제 후 야당이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보류한 데 대해 “짧은 시간의 계엄을 통한 메시지가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어 “그러나 이틀 후 보류하겠다던 탄핵 소추를 그냥 해버렸다. 비상계엄 명분을 없애겠다는 뜻이었다”고 주장했다.

야당 주도로 통과된 내년 예산안에서 검찰·경찰의 특수활동비가 삭감된 데 대해서도 “대한민국을 간첩 천국, 마약 소굴, 조폭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나라를 망치려는 반국가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상식에 기초한 상황 배경 설명보다는 극렬 지지층을 향해 ‘오죽하면 계엄을 선포했겠냐’고 설득하는 자기 합리화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담화 중에 “국민 여러분 지금 야당은 저를 중범죄자로 몰면서, 당장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거나 “만일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호소하는 대목들이 대표적이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시스템을 두고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자신이 극우·보수 성향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제기돼 온 부정선거 의혹을 강하게 믿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 野 “극우 유튜버 논리로 소요 선동”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이날 “대통령이라는 자가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며 “이미 확인된 사실을 극우 유튜버, 극우 세력의 논리로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현행 법률로는 외국인의 간첩 행위를 처벌할 길이 없지만, 간첩죄 개정을 거대 야당이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허위라고 반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간첩죄 개정에 대한 반대가 아닌 법률 간 체계 및 특별법과의 관계를 검토하는 과정”이라며 “당연한 법률 개정 절차”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대국민 담화#12·3 불법 비상계엄#정당성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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