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WP “트럼프 2기, 韓 불확실성 커져”
아사히 “개선 흐름 한일관계에 영향”
미국 백악관은 14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통화를 갖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회복력에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한 권한대행과 일할 준비가 돼 있다.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의 권력 공백 상황이 대미 관계와 외교 및 무역 정책 조정 등에서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의 재임 중에도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으로 자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미 국무부도 별도 성명에서 “수년간 한미 동맹은 큰 진전을 이뤘으며, 한국과 함께 더 많은 진전을 이루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2009∼2012년 주미 대사를 지내는 등 대미 외교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이를 사전에 전달받지 못한 바이든 행정부는 이례적으로 ‘심각한 오판’과 ‘중대한 우려’ 같은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며 공개 비판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만큼 한 권한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더 이상의 혼란을 방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 권한대행이 다음 달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측과 직접 소통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NYT는 “그가 북핵 위협 증가와 ‘트럼프 2기’ 등의 도전에 직면한 한국을 이끌기에는 실질적인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의 권력 공백은 미국과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외교나 무역 정책의 조정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기에 탄핵 사태를 겪게 된 한국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직무 정지로 개선 기조였던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상황을 예단할 수 없다고 짚었다.
한편 주미 한국대사관은 이날 조현동 대사 주재로 긴급 직원회의를 열고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의할 분야별 현안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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