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모여 소통하다 쉴 땐 개인실로… 프라이빗한 요양원 생활[노후, 어디에 살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8일 03시 00분


〈6〉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
치매 환자 등 입소자 125명 생활
사각지대 없이 CCTV 200개 설치
대기자 2500명 이를 정도로 인기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 조아영 원장이 1인실을 사용하고 있는 입소자 방에 있는 가족 사진을 보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 조아영 원장이 1인실을 사용하고 있는 입소자 방에 있는 가족 사진을 보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결혼식 사진이에요. 멋진 남자랑 예쁜 여자가 있어요!”

유쾌하게 깔깔대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거실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인 할머니들이 사진 한 장을 들고 신이 났다.

“할머니 젊었을 때 사진인가요?”

“몰라요. 근데 여자가 아주 아주 뿔(화)이 났어요.”

웃는 얼굴이 여전히 소녀같이 고운 할머니는 올해 90세다. 사회에서 한창 활동할 때는 약국을 운영하며 누구보다 건강한 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뇌출혈로 길에서 홀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불행이었다. 그때 할머니 나이는 80대 초반이었다.

사진 속 예쁜 여자가 자신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할머니는 화난 아내와 그를 달래주려는 남편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실감 나게 풀어줬다.

낮에 입소자들이 주로 생활하는 거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낮에 입소자들이 주로 생활하는 거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위례빌리지는 KB골든라이프케어가 운영하는 장기요양시설(요양원)이다. 2019년 문을 열 당시에는 혐오 시설로 인식돼 근처 아파트 단지 주민의 반대가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오픈한 지금은 부모를 요양원에 모셔 두고 자주 찾아볼 수 있어 대기자만 2500여 명이 될 정도로 선호도가 높은 요양시설이다. 요양원 특성상 사망 등으로 입소자 자리가 비어야 들어갈 수 있어 50대 건강한 사람도 미리 대기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을 정도다.

물리치료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물리치료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는 125명의 입소자가 함께 생활한다. 치매 환자가 대부분이고 대소변 관리가 어려운 노인도 있다. 취재를 간 날에는 45세 여자 입소자가 새로 들어왔다. 젊은 나이에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였다.

위례빌리지 조아영 원장(노인 전문 간호사)은 “위례빌리지는 1, 2등급 노인을 위한 요양원이지만 실제 그들은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3, 4등급 노인이 대부분”이라며 “요양원은 요양병원과 달리 의사가 없고 간호사, 요양보호사가 노인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투석, 욕창 등 상태가 심각하거나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요양병원에 가야 한다. 주로 혼자 거동이 어렵거나 가족의 돌봄을 받기 힘들고 치매 증상 조절과 상태 유지를 해줘야 하는 환자가 요양원에서 생활한다.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는 주야간보호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현재 21명이 이 곳을 이용한다.

위례빌리지는 입소자들에게 작은 상처만 발생해도 보호자에게 연락을 해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한다. CCTV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사각지대 없이 각 층에 나눠 200개 정도 설치돼 있다.

위례빌리지는 소규모 그룹 생활을 기본으로 한다. 남, 여 125명이 2개 층에 나눠서 생활한다. 개인 공간인 각 방이 있고 중앙에 있는 거실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낮 생활을 할 수 있게 했다. KB골든라이프케어 유복재 본부장은 “요양원은 병원처럼 일정 기간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다”라며 “여생을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이 대부분 이기 때문에 1인실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해외에는 이런 이유로 다인실보다 1인실 운영을 하는 요양 시설이 대부분”이라며 “특히 일본은 고령층이라도 소규모 그룹 생활로 개인 사생활을 지켜주는 것을 법제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
● 주소: 서울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220
● 접근성: 서울 도심(송파구 위례)에 있어 방문이 쉽다.
● 전문 인력: 요양보호사 64명, 간호사 9명, 물리치료사 2명, 작업치료사 2명, 사회복지사 4명 그 외 행정 지원 등 포함 총 109명
● 시설: 정원 125명(1인실 59명, 2인실 38명, 4인실 28명)
● 이용자 현황: 62∼104세(평균 87세), 요양 등급 중 3∼4등급이 78%(1등급 5%, 2등급 16%)
● 주요 서비스
― 생활 지원 서비스: 식사, 배변, 이동, 청결 등 에 도움을 준다.
― 24시간 간호사 상주: 복약 관리, 당뇨병 관리 등과 전문 간호, 건강 상태 상담 등을 한다.
― 자문의 진료, 가정 간호 서비스 연계, 분야별 전문병원 연계, 응급 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
― 인지 재활, 삼킴 훈련, 운동치료, 열전기치료, 공기압박치료, 기능회복 훈련, 보행 훈련 등 재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 전문 임상 영양사의 영양 관리: 개인별 상태에 따른 맞춤 식사 제공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에 들어오면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작은 방이 하나 있다. 대부분은 생을 마치기 직전 병원으로 이송되지만 이곳에서 잠시 머물다 마지막 눈을 감기도 한다.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에 들어오면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작은 방이 하나 있다. 대부분은 생을 마치기 직전 병원으로 이송되지만 이곳에서 잠시 머물다 마지막 눈을 감기도 한다.

● 이용 팁
― 역사문화 도시, 첨단 생태 도시로 조성된 위례 신도시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송파대로, 서울 외곽순환도로,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지하철
8호선 등 교통이 편리하다.
― 입소자마다 개별 관리와 1∼2인실 중심으로 사생활을 보장할 수 있다.
― 1인실은 집에서 사용하던 가구를 배치해 익숙하고 친근한 생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 보호자 앱을 통해 입소자의 일일 건강정보를 공유하고 한 달 동안 제공받은 서비스 내역, 프로그램 및 재활치료 내용을 알 수 있다.

■ 유복재 본부장의 말
“요양원은 노인들의 마지막 주거지다. 따라서 머물기 편안하고 즐거운 공간이 돼야 한다.”

#헬스동아#건강#의학#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