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후 귀국했는데 기말시험을 비대면으로 볼 수 있겠냐고 문의한 중국인 유학생이 있어서 허락했습니다.”
서울의 한 주요대 교수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 일부 유학생이 학부모 연락을 받고 귀국했다”며 “재정난이 심각한데 이번 사태로 내년 외국인 유학생 모집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비상계엄 사태 직후 국내에서 공부 중인 외국인 유학생 상당수가 불안을 호소하며 일부는 귀국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부모와 각국 대사관, 교환학생이 파견된 해외 대학 등으로부터 유학생 안전을 확인하는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한 비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다음 날부터 대사관과 학부모 등으로부터 유학생 안전 관련 문의가 여러 건 왔다”며 “다행히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긴 했지만 혹시 귀국하겠다는 학생이 있을까 싶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유학생의 경우 학부모 상당수가 1989년 6월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경험한 세대다 보니 비상계엄 사태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학생들이 불안해하자 이화여대는 비상계엄 사태 다음 날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작성된 ‘외국인 유학생 대상 안전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국내 대학 상당수는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올해까지 16년째 등록금이 동결되자 재정난을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완화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은 교육당국의 제한 없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 사태로 외국인 유학생이 줄어들 경우 재정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 비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년도 한국 유학을 계획한 외국인 학생 상당수가 입학처를 통해 ‘여전히 한국에 가도 되는 상황이냐’는 문의를 해 왔다”며 “학생은 유학을 오겠다고 해도 학부모가 반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상계엄 사태 후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교육부의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 목표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학 위기 해법 중 하나로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국내 정치 이슈로 정세가 불안하다는 대외 이미지가 자리잡으면 내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외국인 유학생 수가 감소할 수 있다. 각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려 홍보에 열을 올리는데 이번 사태로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크게 훼손돼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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