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미스러운 일로 잠시 은반을 떠났다가 최근 복귀한 피겨스케이팅 이해인(고려대)이 웃음을 되찾았다. 후배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며 노하우를 전수한 이해인은 “경기에 나서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았다”며 밝은 웃음을 보였다.
이해인은 17일 서울 구로구 제니스 스포츠 클럽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은반에 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많은 분의 도움과 응원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이제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인은 최근 큰 풍파를 겪었다.
지난 5월 이탈리아 바레세에서 열린 국가대표 해외 전지훈련 기간 도중 선수단 숙소에서 음주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남성 후배 A 선수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한 사실까지 추가로 적발되며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선수 자격 정지 3년의 징계를 받았다.
이해인은 음주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성추행 혐의는 부인해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선수 자격을 회복했다.
이후 2024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 대회를 통해 복귀, 5위를 기록하며 4대륙 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오랜만에 국가대표에 복귀한 이해인은 이날 동료 및 후배 선수들과 합동 훈련으로 몸을 풀었다. 이후 후배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해인은 “최근 대회에 나가지 못해 떨리기도 했는데, 랭킹 대회를 시작으로 컨디션을 점차 끌어올리려고 노력 중”이라며 “내년 1월 종합선수권이 있다.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적인 이슈로 절망에 빠졌던 이해인을 일으킨 것은 팬이었다. 이해인은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팬들이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무너졌을 것 같다. 계속 격려하고 응원해 주셨다”고 언급했다.
이어 “팬들도 내 소식에 힘들고 속상하셨을 텐데 여러 좋은 글과 손 편지를 보내주셨다. 힘들 때 그 글을 읽고 많이 울었다”며 “최근에는 ‘다시 피겨 선수로 볼 수 있어서 기쁘다’. ‘포기 안 해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해주신다. 이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인은 몇 개월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부담을 내려놓고 대회를 즐기겠다지만, 실력이 동반돼야 가능한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해인은 “매일 연습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한다. 특히 스핀 레벨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에 레벨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점프할 때 회전수가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 써서 연습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언제라고 시기를 정할 수 없지만, 지금처럼 계속 열심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다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 자격을 회복한 이해인의 눈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피겨 인구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 올림픽 무대에서 서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이해인은 “올림픽에 정말 출전하고 싶다. 나는 내 몫을 열심히 다하는 수밖에 없다”며 “그 전에 종합선수권이나 4대륙선수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내년에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다시 나가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목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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