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병원은 16일 채용공고를 내고 교수 63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립대병원으로서는 이례적인 규모다. 박종익 강원대 교수협의회장은 “그동안 병원에서 이탈한 인원이 적지 않다보니 누적된 수요를 감안해 대규모 공고를 낸 것로 보인다”고 했다.
연말을 맞아 비수도권 대학병원들의 내년도 교수 채용 공고가 이어지고 있다. 올 초부터 이어진 의료공백으로 교수 일부가 병원을 떠난 데다, 내년 증원된 학생들을 가르칠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너나할 것 없이 대규모 채용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원자가 부족해 모집인원을 못 채우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채용 공고 봇물…“지원자는 적어”
올 초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이 병원과 강의실을 떠난 후 대학병원 교수 대부분은 연구와 교육을 포기한 채 의료공백을 막기 위한 진료에 매달렸다. 필수과의 경우 많게는 주 3회 당직을 서면서 주간 외래진료까지 봐야 했는데,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 못 버티고 떠나는 교수들이 줄을 이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 2~8월 의대 40곳, 수련병원 88곳에서 사직한 교수와 전임의(펠로우) 수는 총 2757명에 달한다. 특히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도권 대형병원이 채용을 진행하면서 비수도권에서 이동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계약직 교수의 경우 내년 2월 계약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비수도권 대형병원은 공백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규모 채용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원자는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산대병원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필수과인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4명 등 총 41명의 교수를 모집했다. 하지만 교수자리를 다 채우지 못해 마감 바로 다음날인 3일 “교수 15명을 추가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비수도권의 한 사립대병원은 최근 서류공고를 마감했지만 전공과 30곳에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학기에는 교육도 진료도 어려워
교육부는 내년 의대 증원에 따라 국립대는 교수 330명, 사립대는 284명을 추가 채용하도록 관련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늘어난 모집인원(1509명)의 80% 이상이 비수도권인 만큼 비수도권 중심으로 교수 채용을 진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비수도권 의대와 대학병원에선 ‘채용공고를 아무리 내도 떠난 교수 자리를 채우기도 벅차다’는 분위기다. 호남권 국립대병원의 한 교수는 “올 6월 진료전담의사 채용 공고를 냈는데 지원자가 1명도 없었다”며 “현 상태가 이어지면 교수가 늘어나긴 커녕 줄어들게 된다.
신학기에는 늘어난 학생을 교육할 교수도, 환자를 진료할 교수도 부족해진다”고 우려했다. 충청권 국립대에 재직하는 한 교수도 “특정 과 교수가 이탈하면 진료 부담이 남은 이들에게 가면서 추가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며 “현재로선 의대생과 전공의가 돌아와도 가르치거나 지도할 교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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