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구급차 기사, 알츠하이머병 위험 최저 직업…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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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2월 18일 07시 00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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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처리 능력이 자주 필요한 직업, 예를 들면 머릿속 지도로 목적지까지 최단 경로를 찾아내야 하는 앰뷸런스 운전기사나 택시 운전기사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은 퇴행성 뇌질환인 치매 사례의 60~70%를 차지한다.

연구에 따르면 두 직업 종사자는 수백 가지 직업군 가운데,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항공기 조종사나 선박의 선장, 버스 운전사와 같이 미리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해 특별히 ‘머리 굴릴’ 일이 없는 다른 운송 관련 직업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지식을 학습하고, 정보를 기억하는 등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에 관여하는 해마의 발달이 알츠하이머병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론했다.

이를 일상생활에 적용하면,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는 운전습관이 뇌 건강에 좋지 않음을 시사한다.

메디컬익스프레스 등 관련 보도에 따르면 영국 의학 저널(BMJ)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 산하 브리검 여성병원 외과의사(제1저자) 비샬 파텔은 “우리가 주변 세상을 탐색할 때 사용하는 인지적 공간 지도를 만드는 뇌의 바로 그 부분이 알츠하이머 발병에 관여한다”며 “택시나 구급차 운전사처럼 실시간으로 공간이나 길을 찾는 능력이 필요한 직업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사망률이 낮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은 2020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 사이에 사망한 89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미국 국가인구통계시스템(National Vital Statistics System)에서 수집해 443개 직업군에 속했던 이들의 사망원인을 조사했다.

데이터를 분석할 때 나이, 성별, 인종, 교육 수준 등과 함께 인생에서 가장 오래 종사한 직업을 포함한 사회 인구학적 정보를 고려했다.

연구기간에 숨진 이들 중 알츠하이머병으로 숨진 비중은 3.88%(34만8328명)로 집계됐다.
그런데 택시 운전사의 경우 그 비율이 1.03%(171/1만6658명), 구급차 운전사는 0.74%(10/1348명)에 불과했다. 조정을 거친 후에도 구급차 운전사(0.91%)와 택시 기사(1.03%)는 연구 대상이 된 모든 직업군 중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선박 선장(2.7%), 버스 운전사(3.11%), 항공기 조종사(4.57%)와 같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다른 운송 관련 직업에서는 이런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택시 기사나 구급차 운전사의 발병률이 특별히 낮은 경향은 다른 치매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두 직업의 특성이 뇌의 특정 영역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책임 저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아누팜 B. 제나 박사는 “이 같은 결과는 해마 또는 다른 뇌 영역에서의 신경학적 변화가 택시 운전사와 구급차 운전사의 알츠하이머병 비율이 낮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연구에 따르면, 은퇴한 택시 기사들의 뇌를 검사한 결과 공간 추론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해마가 다른 직업에 비해 특히 더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면서 뇌 조직의 일부가 조금씩 손실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다르다. 정상 상태 대비 조금씩 쪼그라드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크게 수축한다. 택시와 구급차 운전사는 뇌의 해마를 지속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연구자들은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제나 박사는 “이번 연구는 결정적인 결론이 아니라 가설을 생성하는 단계로 봐야한다”며 “그러나 직업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그리고 특정 인지 활동이 예방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번 연구는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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