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로봇-반도체 등 첨단산업… 유망 특허 조기 발굴해 매각 도와
청년 인재 키우는 프로그램 운영… AI 기술 개발 통해 실무경험 쌓아
정보통신기술은 기업, 나아가 한 국가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오늘날 세계를 이끄는 정보통신기업 대부분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탁월한 기술을 앞세워 성장했다. 기업들은 최첨단 기술 선점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다. 유망한 기술의 사업화와 이전을 목적으로 홍보전을 펼치는 대학과 연구기관도 많다.
2004년 기업과의 상생과 새로운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해 설립된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대학 산학협력의 모범으로 꼽힌다. 교원, 대학원생, 대학생이 5000개 이상의 국내외 특허 기술을 출원하고 다양한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기술이전 및 상용화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특허 플랫폼 수익화, 기술 보호·발전 집중
고려대 산학협력단(단장 권정환)은 해외로의 기술이전과 특허 수익화에 집중하고 있다. 유망 특허를 조기 발굴해 해외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구조를 만들고 특허 수익화 시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마련해 시행 중이다.
2021년부터 미국에 등록한 특허 기술을 전수 조사하고 우수 특허를 선정해 사업성을 평가했다. 이를 토대로 특허 기술을 S, A, B급으로 나눠 해외 매각을 시도했다. 특허 기술의 정성 분석과 침해예상특허권 권리 분석, 거래 적정가격의 선정과 미국으로의 중개 마케팅 방안도 마련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미국 특허보호단체인 AST에 2022년 패킷 처리 기술 특허를 팔아 기술료 8만 달러를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방식의 특허 매각으로 기술료 43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도 AST와 39만 달러의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3년 연속 해외 기술이전 기술료는 90만 달러(12억9000만 원)에 이른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올해 해외 특허 수익화의 완성도와 성과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했다. 기술 사업화 의지가 강한 연구실 발굴 지원, 해외 기술이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랩 비즈니스 인터뷰’ 운영, 특허 전문 기업 ‘유니허브’와 해외 특허 수익화 프로그램 고도화에도 나섰다.
유니허브는 국내 대학들의 해외 특허를 기술별로 분류, 분석하고 해외 기업과의 라이선스나 소송을 활용한 수익화를 돕는 기업이다. 특히 AI와 로봇, 반도체와 무선통신 등 정보통신기술 특허의 분석·매각 경력이 풍부하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해외에 매각한 특허 대부분이 정보통신기술이라 획기적인 상승효과가 기대된다.
청년 일경험 프로그램 성공적 개최
최근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고용노동부와 함께 청년 기술 인재를 돕는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 ‘청년 일경험 프로그램’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상·하반기에 각각 1기와 2기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 사업에는 140여 명의 예비 기술 인재가 AI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 프로그램이 종료된 뒤 산학협력단은 성과 발표회를 열어 우수 참가자를 선정해 상금과 해외 연수 기회도 제공했다. 11월 5일 열린 2기 성과 발표회에서 1위는 럭타임 팀, 2위는 패스트 포 팀, 3위는 오뭐입 팀이 차지했다.
소프트웨어 창업학회 NEXT 소속의 럭타임 팀은 사용자가 지정한 웹사이트 서버의 시간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알려주는 럭타임을 내놓아 1위에 올랐다. 인기 콘서트 티켓 예매, 대학 수강 신청, 쇼핑몰의 이벤트나 쿠폰 배포 등 선착순 행사에 참가하려면 정확한 서버 시간을 찾아 신속히 신청해야 하는 점에 착안해 서버 시간을 실시간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호평을 받았다.
AI 사업화 가능성 보여준 기술 교류회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대학기술경영촉진사업 TLO(기술사업화 전문기관) 혁신형을 도입해 기술 발굴과 이전, 사업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사업은 대학의 우수 연구 성과를 발굴해 기술사업화를 지원하고 협력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목표다. AI 등 딥테크 기술의 이전과 사업화를 도와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대학에 기술 실용화 혁신 모델을 제시한다. TLO 혁신형은 TLO와 대학 연구실, 기술지주회사 등 관련 기관이 힘을 모아 기술사업화를 함께하며 중대형 성과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를 주도하는 기술사업화센터는 11월 27일 HIAI연구원과 함께 ‘AI 사업화 유망 기술 교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TLO 혁신형 프로젝트에 참여한 임희석 교수 연구실이 독자 개발한 AI 부문의 4대 사업화 유망 기술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4대 사업화 유망 기술은 △KULLM(한국어 지시어에 특화된 거대 언어 모델 △Embedding(검색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기술) △SYNAPSE(검색 및 생성 기반의 고객 맞춤형 상담 솔루션 △MAGIC(AI 기반 다국어 번역 및 자동 자막 생성 기술)이다.
이번 교류회는 최신 거대 언어 모델(LLM) 연구 동향과 비즈니스 연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병호 고려대 산학협력중점 교수는 HIAI연구원이 제공하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가족회사, 투자유치, 인턴십 등)과 기업 협력 방안도 제안했다.
기술사업화센터는 정보통신기술기업 관계자와 HIAI연구원과의 기술 상담을 32건 주선하고 기술 적용 방안과 사업화를 논의했다. 기술보증기금도 참가해 기술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을 상담하며 정보통신기업의 기술 도입과 성장을 논의했다.
기술사업화센터 관계자는 “이번 교류회는 대학과 기업의 협력을 넘어 기술사업화로 이어질 구체적 성과를 만들고 AI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활용되는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2년 연속 ‘산학협력’ 최우수… 지역산업 활성화 성과 인정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3단계 산학연 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3.0)을 수행하고 있는 고려대는 연차 평가에서 2023, 2024년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돼 2년 연속 전국 최상위권인 57억5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2022년에 출범한 고려대 LINC 3.0 사업단은 3년간 총 167억 원의 사업비를 받았다.
올해 연차 평가에서 고려대 LINC 3.0 사업단은 5개 특화 분야와 기업협업센터(ICC)의 전략적 연계, ‘π-플랫폼’을 활용한 글로벌 산학협력 선도모델 고도화, 산학협력단과 LINC 3.0 사업단 간의 유기적인 협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π-플랫폼은 고려대와 ICC 가족 기업이 함께 상생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기업 협력 및 지원 종합 프로그램의 브랜드 이름이다.
또 2025년 ‘지역혁신 중심 대학 지원 체계(RISE)’ 전환에 대응해 홍릉강소연구개발특구, 서울바이오허브, 안암캠퍼스타운 조성 추진과 인근 대학, 산업체와의 지·산·학·연(地産學硏) 공유 및 협업 네트워크 체계를 강화하고 기업 성장 지원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실질적인 지역산업 활성화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 2년 연속 최우수 대학 선정에 밑거름이 됐다.
‘2030 글로벌 톱30’으로 대학 비전 및 목표를 설정한 고려대 LINC 3.0 사업단은 산학협력 중장기 발전 계획과 연계해 ‘기술혁신선도형’ 대학으로서 창업 및 기술이전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극대화와 글로벌 산학연 혁신 생태계 구축 등을 중점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업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고 RISE 체계 전환까지 고려대만의 우수 선도 모델을 적극 연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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