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으뜸병원’ 이성만 병원장 인터뷰
“해외 아동에게 편지 쓰는 첫째 아이보고 시작한 기부”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도리어 제가 ‘기쁨’을 얻습니다.”
대구 으뜸병원 병원장인 이성만 씨와 굿네이버스의 첫 만남은 자녀 덕분에 시작됐다. 2015년 어느 날, 첫째 아이가 굿네이버스 희망편지쓰기대회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기부를 결정했다. 희망편지쓰기대회는 도움이 필요한 해외 아동의 사연을 가족들과 함께 본 초중고 학생들이 해당 아동에게 편지를 쓰는 굿네이버스 대표 세계시민교육 중 하나다.
아이와 함께 영상을 본 이 씨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보다 부모로 살아가면서 아이들이 맞이할 세상이 좀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후원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이면 후원 아동이 자립하게 된다”고도 했다.
해외 아동 후원 외에도 이 씨는 수년간 모교인 경북대학교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신이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그는 “병원 개원을 하고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주변을 둘러보던 중 굿네이버스에 연락해 또 다른 기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렇게 이 씨는 2020년부터 우리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2020년에는 시설 보호가 종료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주거비, 생계비 등을 지원을 위해 1000만 원, 2021년에는 방학 중 결식으로 어려움을 겪는 139명 위기가정 아동 대상을 위한 급식 지원비로 500만 원, 지난해에는 자립준비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기 위해 500만 원, 올해는 위기가정 청소년들의 의료비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 씨는 평소 가족들과도 ‘기부’나 ‘봉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그 덕분에 두 아이도 주변 이웃과 어려움에 부닥친 이들을 향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아무래도 부모이다 보니 후대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인격적으로 바르게 자라야, 앞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도 더 좋아지죠. 또 우리는 모두 누구나 할 것 없이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잖아요. 요즘 경제 불균형, 빈부격차와 같은 뉴스를 많이 접하는데, 지금 우리 어른들이 취약계층에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둔다면,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씨는 꾸준히 후원금을 내 굿네이버스 특별회원 모임 ‘더네이버스클럽’에 등재됐다. ‘더네이버스클럽’은 연 1000만 원 이상 후원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회원 모임이다. 회원들은 다양한 나눔 활동을 통해 기부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이 씨에게 소감을 묻자 “후원 단체 쪽에서 기부금 사용 출처를 보내주시는데 그것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 가끔 아이들이 쓴 편지를 받기도 하는데, ‘열심히 살고 있다’는 편지를 읽고 있으면 내가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답했다.
이 씨가 기부와 봉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대학생이 되고 나서다. 이 씨는 우연히 유엔 소속 군의관이 돼 아프리카 분쟁 지역으로 파병을 가게 됐다. 그가 간 곳은 모로코 밑에 있는 서사하라(Western Sahara) 사막 지역이었다. 부상당한 유엔군을 치료하러 간 것이었지만, 여러 이유로 다친 현지인들을 외면할 수 없어 도움을 줬다.
“실제로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의료 환경이 정말 취약해요. 다치고 아픈 사람이 있는데 의료인으로서 도움을 안 드릴 수가 없어요. 그곳에는 유목민들이 많은데 독사나 전갈에 물리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래서 해독제 주사를 놔드리는데, 정말 고맙다고 하세요. 언어는 다른데 그 마음이 다 느껴져요. 저로서는 당연한 일을 해드리는 건데, 그럴 때면 쑥스럽기도 했지만 뿌듯했어요.”
정형외과 의사인 이 씨는 지금도 경제적으로 힘든 운동선수들의 치료나 재활을 도우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특히 그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양궁으로 금메달 2관왕을 차지한 김제덕 선수의 치료를 도왔다.
그는 “김제덕 선수 같은 경우는 어깨 부상이 심해서 양궁을 그만두려고 했었는데, 저희 병원에서 치료 등 후원했었다. 치료를 받고 난 뒤 올림픽 때 금메달을 땄다. 그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며 “앞으로도 아마추어 선수들이나 경제적으로 힘든 선수들이 있다면 후원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기부에 대해 “첫 시작이 어려울 뿐, 그다음부터 계속하게 될 것”이라며 “기부나 봉사 활동을 망설이고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일단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금액이 많고 작고는 문제가 아니다. 1000~2000원 작게라도 시작하면 여러분의 관심과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제게 돌아오는 기쁨과 보람이 훨씬 큽니다. 아마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우리 이웃에, 이 사회에 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따만사)은 기부와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도운 의인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등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숨겨진 ‘따만사’가 있으면 메일(ddamansa@donga.com)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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