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자율주행 로봇으로 세계에 도전하는 나비프라
1cm 오차 자율주행 SW 개발
공장 내 물류 패러다임 바꿔
하드웨어로 영역 확장 도약 준비… “물류노동 수고, 로봇으로 줄일것”
물건을 옮겨야 하는 일은 산업 현장에서 다반사다. 물류 창고는 물론이고 자동차 조립 공정, 선박 제조 공정 등에는 무거운 물건도 많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600kg에 달하기도 한다. 전자제품을 만드는 공장에서도 여러 가지 부품을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생산라인에 공급해야 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늘어나면서 공장 내에 특정 생산장소로 특정 부품을 적기에 공급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산업용 물류 로봇의 필요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더구나 제조와 물류 현장에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제조 공정의 자동화라는 큰 물결과 함께 물류 자율주행 로봇의 쓰임은 더 많아질 공산이 크다.
2022년에 설립된 나비프라는 물류 로봇의 고정밀 자율주행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설립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유명 대기업의 국내외 공장에 자사의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5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16일 경기 수원시 연구실에서 만난 박중태 대표이사(45)는 “어떤 로봇이든 우리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1cm, 1도 각도 이내의 정밀도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며 자사 기술의 범용성과 정밀성을 강조했다. 물류 로봇에 기본적인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제조 공정별로 다른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려면 별도의 고정밀 제어 SW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했던 시장이다.
● 물류 로봇 종류 가리지 않는 자율주행 솔루션
나비프라의 고정밀 자율주행 기술은 나비코어와 나비브레인으로 나뉜다. 나비코어는 고객사의 다양한 로봇에 이식돼 고정밀 자율주행을 구현한다.
나비브레인은 지게차 로봇과 이송 로봇 등 수백 대의 물류 로봇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동선과 작업 순서를 관제하는 프로그램이다. 수백 대의 로봇이 교착 상태에 빠지지 않고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운용되도록 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박 대표는 “식당의 서빙 로봇은 정지 정밀도나 이동 정밀도가 높지 않아도 활용이 가능하지만 공장에서는 정확한 곳에 서고, 정확한 경로로 가지 않으면 공장 전체가 생산을 멈추게 된다”며 정밀한 운행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나비프라는 1cm 이내의 오차로 정확하게 로봇을 정지시킨다. 덕분에 네 귀퉁이의 귀를 딱 맞춰야 쌓아 올릴 수 있는 철구조물을 자율주행 지게차가 정확한 곳에 정지해 쌓을 수 있다. 무거운 배터리를 여유 공간이 거의 없는 보관대에 집어넣는 작업도 여유롭게 한다. 박 대표는 “오차를 벗어나면 배터리가 떨어져 충격을 받을 수 있고, 그러면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어 자율주행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비프라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 기업들과 비교해 정지 정밀도는 최소 2배 정도 더 높고 최대 이동 속도는 20% 더 빠르다. 로봇이 활동할 공간의 지도를 작성하는 면적도 경쟁사 대비 4배 정도 넓어 훨씬 더 넓은 공간에서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나비프라 제품은 국내 유명 자동차 회사 및 그룹사 공장에 적용 중이다. 특히 해당 자동차 회사가 미국에 세운 전기차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운용될 100대 이상의 주행로봇에도 나비프라 SW가 들어갔다. 볼보 전기차트럭의 배터리 생산 공장에서도 쓰고 있고, 국내 유명 조선소 중 한 곳은 배관 검사용 로봇에 나비프라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자율주행 협동로봇을 만드는 뉴로메카는 나비프라의 기술을 적용해 선박 블록 용접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 약 40곳 공장에서 800여 로봇에 기술을 적용했다.
● 대학에서 자율주행 연구하던 동료 모아 창업
박 대표는 고려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봇공학이 전공으로 전문 분야는 자율주행이다. 대학원 시절 쿤스(KUNS·Korea University Navigation System)라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삼성과 현대 등 여러 기업에 기술 이전됐다. 박 대표는 “2005년 대학원에 들어가 2011년 졸업을 했다. 자율주행 SW에는 자신이 있어 그때도 창업을 생각했지만 결국 미뤘다”고 했다.
학교에만 11년을 있어 사업 운영 방식을 모른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삼성중공업 책임연구원, LG전자 책임연구원 등을 거치며 대기업과 비즈니스 세계를 11년가량 경험하고 창업했다. 현재 64명의 임직원 중 58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대학에서 같이 공부했던 선후배 동료들이 새출발에 큰 힘이 됐다. 박 대표는 “20여 년의 연구 경험과 초기 창업 멤버들의 훌륭한 팔로어십(능동적 추종력) 때문에 창업 이후 비교적 빠르게 상용화 기술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공정에 투입되는 자율주행 로봇은 24시간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효과를 낸다. 창업 초기에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이유로 고충을 겪었다. 지방에 있는 고객사 근처로 매일 출근해 연구하고 개선된 결과물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설득했다. 첫 회사의 검증을 통과한 것이 발판이 됐다. 이후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량 발주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 2025년에는 로봇 제작으로 사업 확대
나비프라는 창업 3년째인 2025년에는 물류 로봇을 설계 제조하는 하드웨어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기술과 인력 확보를 마친 상태로 물류 로봇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일괄 수주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하드웨어까지 함께 공급하며 2025년에는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사업의 위협 요인에 대해 “기술은 어느 한 곳이 독보적인 지위를 오래 가지기 힘들고, 상향 평준화된다”며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끝없는 연구개발로 더 차별화되는 기능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까지 800여 로봇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봤다. 여름엔 괜찮았는데 겨울에는 추워서 센서가 작동을 안 한다든가 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들이 후발주자와는 차별화되는 경쟁력이 된다”고 했다.
물류 로봇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에 카메라들을 설치해 로봇들과 연동하게 하는 신기술도 연구 중이다. 박 대표는 “로봇이 카메라 등 주변 인프라와 교신을 하면 사각지대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운용도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비프라는 모든 이동형 로봇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책임지는 회사를 꿈꾼다. 그는 “제품의 생산 단계는 물론이고 그 제품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모든 물류에 우리 기술이 적용되게 하고 싶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