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0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환경공단 소속 직원이었던 A씨는 재활용 회수선별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회수선별지원금 단가가 인상될 수 있도록 회수품의 등급을 상향시켜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등급조사 업무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해당 업체가 요구한 회수품의 평가점수를 높게 부여하는 방식으로 A등급으로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불복했지만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 과정에선 행정기관 내규가 청탁금지법에서 정하는 법령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청탁금지법은 인허가·조세·채용·입찰·인사·수사·재판 등 14개 분야에서 법령 위반 행위를 하거나 법령에 따라 부여 받은 권한을 남용하면 처벌하도록 정한다.
대법원은 A씨가 청탁금지법상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지만 권한을 남용했다고 판단해 형을 확정했다. A씨는 한국환경공단에서 정한 내부 지침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는데, 해당 지침이 청탁금지법상 법령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구 청탁금지법의 ‘법령을 위반하여’에서 말하는 ‘법령’은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는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하는 행정규칙에 그치는 경우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이 환경부 예규에 따라 정한 지침은 내부적 업무처리기준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등급조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위 지침을 위반했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직무수행이 바로 구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법령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피고인이 회수선별업체 대표로부터 받은 청탁의 취지에 따라 위 업체에 대한 평가점수를 과다 부여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등급조사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피고인의 이 사건 등급조사 업무의 수행은 법령에 따라 부여받은 지위·권한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행위”라고 했다.
이번 판결은 청탁금지법상 ‘법령’의 해석을 판시한 첫 사례다. 그 동안 청탁금지법을 적용할 때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을 지침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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