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관리사, 월 112만원 ‘서울살이’…숙소비만 54만원”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2월 23일 16시 48분


중기중앙회 실태조사
“쉬지 않고 8시간 일해”
“돌봄 아닌 가사도우미”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인 가사관리사들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4.08.06.  [인천공항=뉴시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인 가사관리사들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4.08.06. [인천공항=뉴시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도입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월 112만원으로 숙소비 등 각종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가사관리사들의 생활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0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한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9월 급여내역을 보면 총 183만원 중 40%에 달하는 약 71만원이 각종 공제금으로 차감됐다. 숙소비 53만9000원, 통신비 3만3000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이 거주하는 숙소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 112만원으로 서울에서 모든 생활비를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가사관리사들 사이에선 “숙박비, 교통비, 식비 등 서울에서 체류하는 각종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니 실제로 저축하는 금액은 거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업무 범위 관련 불만도 제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본국에선 돌봄서비스 제공자의 업무를 전달받았지만 실제 현장에선 ‘가사도우미’의 일을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가사관리사는 “거실과 주방 빼고 방 5개 청소, 빨래와 손세탁 등 업무량이 너무 많다”며 “쉬는 시간 없이 8시간 일을 해야 하니 눈물이 나올 정도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출퇴근에 왕복 4시간이 걸린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가사관리사들은 강남 숙소에서 은평구, 강서구 등을 오가며 2곳 이상의 가정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용부는 내년 사업 규모를 120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또 송출국 다양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용우 의원은 “정부가 임금, 업무, 주거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사업을 진행했다”며 “사업 확대가 아닌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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