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데뷔 ‘K-10 클럽’ 가입
“1995년생 20여명중 둘만 남아”… 치열한 생존경쟁 속 ‘개근상’ 평가
이달 결혼… “항상 내 편 있어 좋아”
2025시즌 2승 이상 거두는 게 목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베테랑 최은우(29)는 후자라고 할 수 있다.
최은우는 2015년 KLGPA투어에 데뷔해 올해까지 10년을 뛰었다. 대상을 타거나 다승을 거두는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매년 새 얼굴이 쏟아져 들어오는 KLPGA투어에서 10년 연속 시드를 지켰다. 최은우는 지난달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10년 연속 꾸준한 성적을 올린 선수에게 주는 ‘K-10 클럽상’을 받았다. 2017년 이 상이 만들어진 뒤 수상자는 올해까지 24명밖에 되지 않는다. 매년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선수들 사이에선 ‘개근상’으로 불리며 높이 평가받는다.
최은우는 “KLPGA투어에 처음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1995년생 동기가 20명은 넘었다. 그런데 한 명씩 사라지더니 지금 남은 선수는 서연정과 나 둘뿐”이라며 “시드를 유지하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그런 무대에서 10년 연속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K-10 클럽에 가입한 선수 중에는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적지 않다. 하지만 최은우는 늦게 꽃을 피웠다. 최은우는 데뷔 9년 차이던 지난해 4월 경남 김해 가야CC에서 열린 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211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 최은우는 올해 4월 같은 대회에서 다시 한번 우승하며 ‘가야 여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올해 대회 최종 라운드 16번홀에선 밖으로 나갈 뻔한 세컨드 샷이 갤러리의 몸에 맞고 안으로 들어오는 행운도 따랐다.
통산 2승을 기록 중인 최은우는 “데뷔 초반 몇 년간은 우승하지 못해 초조해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투어에서 뛰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게 됐다”며 “그렇게 열심히,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내 길을 가다 보니 우승이라는 선물이 찾아와 줬다”고 했다.
데뷔 초반 250야드 이상 장타를 쳤던 그는 현재 드라이버 거리가 짧은 축에 속한다. 올 시즌 평균 거리는 228야드로 102위에 머문다. 하지만 그는 비거리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다. 세컨드샷을 실수해도 언제든 파 세이브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는 리커버리율(66.5%)과 벙커 세이브율(56.4%)에서 각각 5위와 9위를 했다. 최은우는 “10년 구력이라는 게 정말 무시 못 한다. 다양한 코스에서 여러 상황을 반복해 맞이하다 보니 어린 선수들보다는 위기에서 잘 벗어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타를 칠 때는 아웃 오브 바운스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거리가 덜 나가도 훨씬 안정적이다. 거리와 정확도 중 하나를 택하라면 정확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은우는 이달 1일 직장인 노현균 씨(36)와 결혼해 ‘12월의 신부’가 됐다. 내년 시즌 그는 안선주, 박주영과 함께 3명밖에 없는 결혼한 KLPGA투어 선수가 된다. 최은우는 “골프를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항상 내 편이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며 “결혼한 뒤 못 친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다. 결혼했으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의 2025시즌 목표는 2승 이상을 거둬 다승을 해보는 것이다. 또 30위 안팎이었던 대상과 상금 순위도 톱10으로 당겨보겠다는 욕심도 갖고 있다. 최은우는 “예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선수 생명이 길어진 건 맞다. 결혼해서도, 30대가 되어서도 잘하는 선수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라도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몸 관리를 잘해 홍란 언니(은퇴)가 갖고 있는 17시즌 연속 시드 유지 기록도 깨보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