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소득 상하위 10% 격차, 처음 年 2억 넘어… 자산은 15억 差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6일 03시 00분


지난해 2억1051만원 vs 1019만원
대기업-中企 생산 양극화도 최대
탄핵 정국에 정부는 사실상 손놔

우리나라 가구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연소득 격차가 사상 처음으로 2억 원을 넘겼다. 부동산 등 자산 격차도 15억 원 이상 벌어졌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소상공인들의 자금 상황이 악화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커지는 등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 1·10분위 소득 격차 연간 2억32만 원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조사 연도 기준 지난해 가구 소득 상위 10%(10분위)의 연평균 소득은 2억1051만 원으로 2023년 대비 1304만 원(6.6%) 증가했다. 10분위 가구의 연평균 소득이 2억 원을 넘어선 것은 2017년 통계 작성 시작 이후 처음이다.

반면 지난해 소득 하위 10%(1분위)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1019만 원에 그쳤다. 1년 전보다 6.8%(65만 원) 증가한 소득이지만, 10분위 가구와의 소득 격차(2억32만 원)는 2023년(1억8793만 원)보다 더 벌어지면서 2억 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진한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커졌고, 결국 소득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며 “60대 이상 고령층의 임대이익·이자 등 재산 소득이 월급보다 더 빨리 늘어나는 흐름도 양극화를 부추겼다”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역시 소득 양극화의 주된 원인 중 하나다. 반도체·자동차 수출 호황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제조업 분야 대기업들이 최근 ‘성과급 잔치’에 나선 것과 달리 중소기업은 장기간 이어진 내수 부진의 여파로 신음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대기업 제조업 평균 생산지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한 114.8(2020년 100)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평균 생산지수는 0.9% 줄어든 98.1로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중견기업 역시 상황은 밝지 않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의 ‘중견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중견기업 전체의 영업이익은 47조5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8.1% 급감했고 투자금액(31조1000억 원) 또한 20.1%나 추락했다.

● 양극화, 올해 더 심각…“정부 적극 대처 시급”

부동산 등 자산의 양극화도 두드러진다. 10분위 가구의 자산은 지난 1년간 15억2285만 원에서 16억2895만 원으로 7.0% 증가한 반면, 1분위 가구 자산은 1억2803만 원으로 2.0% 오르는 데 그쳤다. 둘의 자산 격차 역시 처음으로 15억 원을 넘겼다.

올해에는 이런 양극화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 시장이 얼어붙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매출 정체가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과 고환율 기조 역시 대기업보다는 외부 변화에 취약한 중소기업에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주요 국정과제로 소득·교육 양극화 타개를 선언했으나,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정책 동력을 상실해 버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상 경기 침체기에 양극화가 심해지는데 우리나라의 경기 침체는 너무 길어지고 있다”며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적인 문제도 (소비 감소를 불러오는) 우리 내수 경기 부진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인데, 이런 문제들을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구 소득#연소득 격차#임금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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