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을 3등급 나눠 수출 관리
韓 등 18개 동맹국은 제한없이 허용
엔비디아 등 업계 “시장 줄어” 반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등 적대국에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최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수출 통제 조치를 이르면 10일 발표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 보도했다. 집권 내내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를 막기 위해 여러 규제를 도입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미국 엔비디아를 비롯한 테크업계는 “이번 규제가 경제성장을 위협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 각국을 3등급으로 구분해 데이터센터용 AI 칩 수출을 제한할 계획이다. 우선 한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총 18개 동맹국으로 구성된 최상위 등급은 지금처럼 제한 없이 미국산 AI 칩을 구매할 수 있다.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대다수 국가는 두 번째 등급으로 분류돼 수입 상한선이 설정된다.
최하위 등급은 미국의 적대국들로 미국산 AI 칩 수입이 사실상 완전히 차단된다.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벨라루스 이라크 시리아 등 미국이 무기 금수 조치를 부여한 약 20개 국가들이다. 다만 이들 국가도 미국이 제시한 인권·보안 요건을 따를 경우 두 번째 등급처럼 상한선 내에서 일부 수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규제의 목적은 미국의 첨단 기술이 적대국에 유출되는 것을 막고 자국의 기술 우위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수출 제한을 우회해 엔비디아 제품을 구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세계 AI 가속기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챗GPT 등 생성형 AI 열풍으로, 정보 처리를 효율화하기 위한 고성능 AI 가속기는 데이터센터의 필수품이 됐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는 중국이 동남아시아 등 제3국을 통해 엔비디아의 최첨단 제품에 접근한다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날 성명을 통해 “AI 가속기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미 경제를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늘릴 엄청난 기회”라며 새 규제가 “(AI 반도체의) 오용은 막지 못하고 미국 경제 성장만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가입한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이번 규제가 반도체와 첨단 AI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메타·아마존 등 미 빅테크를 대표하는 정보기술산업협의회(ITI)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가 심각하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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