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사기” 주장 트럼프 취임 앞두고…블랙록, 탄소중립단체 탈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0일 11시 33분


AP=뉴시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9일(현지 시간) ‘넷제로(탄소중립)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ZAMI)에서 탈퇴했다고 밝혔다. “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블랙록은 고객사에 보낸 서한에서 “글로벌 고객사의 3분의 2가 탄소중립 목표에 찬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NZAMI에 가입했다”면서도 “이런 단체들에 대한 자사의 가입이 블랙록의 실무 관행에 혼란을 야기했고, 여러 공공기관으로부터 법적인 조사로 이어지게 됐다”며 탈퇴 이유를 설명했다.

NZAMI는 기업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 등 영향력을 행사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달성한다는 목표를 지지하는 자산운용사들의 모임이다. 회원사는 325곳이며 이들이 운용하는 총자산은 57조5000억 달러(8경4000조원)에 달한다.

2020년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은 투자 위험”이라며 기후 변화 대응을 강조했다. 그러자 보수 진영은 블랙록이 ‘깨어 있는 자본주의’를 강요한다며 공격을 해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 11개의 보수 성향의 주들은 블랙록 등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자산운용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사들이 NZAMI에 가입하는 등 석탄 기업에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도록 압력을 넣으면서 미국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블랙록이 이번에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을 수정한 것은 석유 개발에 우호적이며 관련 규제 철폐를 약속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이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월가에선 기후 대응 관련 조직에서 이탈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 간 JP모건,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등 미국 최대 금융사들 역시 기후 대응 조직인 ‘넷제로 은행 연합(Net-Zero Banking)’에서 탈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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