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도(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의 영유권을 둘러 싼 중국과 일본간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 출판된 한권의 책이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교토대 명예교수인 이노우에 기요시(井上淸·83)란 원로학자가 지난달 펴낸 「센카쿠열도―조어제도(諸島)의 역사적 해명」이란 1백50여쪽 짜리 단행본이다. 「일본이 주인없는 섬을 영토로 편입한 게 아니라 본래 중국령인 것을 청일(淸日)전쟁의 승리를 틈타 슬쩍한 것」이라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저자는 명대(明代)의 문헌과 지도, 류큐(琉球·오키나와)왕국의 역사기록 등을 면밀히 고증해 일본측 주장의 허구성을 신랄히 비판했다.
저자의 결론은 『센카쿠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주장은 「그릇된 애국심」을 불러 일으켜 제국주의의 재기를 노리려는 것이므로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 대해 대만 홍콩 등에서는 물론 열광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우리 같으면 「매국노」란 비난이 들끓었을 텐데도 우익단체들 조차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출판사인 제삼서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개」라고 쓴 항의엽서 한장 외에는 별스런 항의 전화도 없다』고 밝혔다.
마치 한일간에 독도영유권 분쟁이 고조됐던 올 봄 「독도가 한국땅」임을 주장, 우리를 「고무시켰던」 몇몇 일본학자들의 논문에 대해 덤덤했던 일본인들의 반응을 연상케 한다. 일본이 우리보다는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는 사회란 점도 이런 분위기의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간다」는 사회 분위기가 금방 한목소리로 흥분했다가 식어 버리는 분위기보다 무서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이 동 관<동경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