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워싱턴〓李圭敏·李載昊특파원」 4년전 클린턴대통령은 당시의 좋지 않은 경제상황 때문에 집권당을 물리치고 당선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경제호황 덕분에 재선될 수 있었다.
미국내 유수의 언론기관들이 투표 직후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은 이 시대 미국의 경제를 되살린 위대한 지도자이며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그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건강한 경제상황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73%의 조사대상 유권자들이 후보의 성격이나 인물됨됨이 보다 경제와 일자리를 더 중요시했고 경제가 의료보호나 사회복지보다 우선한다는 대답을 한 것은 그런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6명은 현재의 경제상황이 만족스럽다는 대답을 했는데 그들은 대부분 클린턴을 지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는 최근 10년사이에 가장 견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록 작년초부터 일기 시작한 기업의 감량경영 바람때문에 한때 실업자가 폭증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지만 워낙 경제체질이 튼튼하다 보니 지금은 이들 실직자들이 대부분 새 직장을 얻은 것은 물론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기업의 수익률도 올들어 최근 3분기동안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주식가격은 올들어 거의 매달 신기록을 수립, 기업의 자금조달이 그 어느때 보다 용이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경제요인 외에 클린턴의 선거전략 또한 경쟁자인 보브 돌후보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되고 있다. 돌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참신하지 못한 점이 클린턴에게 반사이익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공화당의 이념과 정책을 과감히 채택해 지지기반을 넓힌 클린턴의 전략이 없었다면 압도적인 승리는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다.
클린턴이 내세운 △작은 정부 △균형예산 △사회복지 개혁 등은 60년대 린든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건설 이래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구호는 아니었다. 클린턴은 당내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를 자신의 정책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그가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공화당이 제시한 사회복지개혁안에 서명한 것도 이런 노력의 연장이었다.
물론 94년 11월 중간선거이후 공화당의 이른바 「보수주의 혁명」이 비(非)백인을 중심으로 한 중산층과 그 이하 계층에게 미래의 삶에 대한 두려움을 주었고 이같은 두려움이 민주당 지지세력을 하나로 묶는데 성공했던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