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奇雨기자」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50)은 미 정치학자들로부터 금세기 최고의 「정치적 본능」을 가진 대통령으로 평가돼 왔다. 그에게 따라다니는 「대중연설의 천재」 「선거전략의 귀재」라는 수사(修辭)는 그의 이러한 특장을 잘 말해준다.
반면에 그에게는 「리더십의 결여」와 「신뢰성의 위기」를 빗대 우유부단한 지도자, 사생활에 흠결이 있는 정치인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도 붙어 다닌다.
정치분석가들은 클린턴의 복잡다단하고 일관성이 결여된 정치성향과 스타일이 상당부분 불우했던 유년시절의 가정사(家庭史)에서 유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생후 9개월만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숨진뒤 난폭한 주정뱅이 계부 밑에서 자라면서 「원칙과 명분」보다는 「상황과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습성이 몸에 뱄다는 것.
그러나 그가 처음 백악관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풍겼던 「풋내기 대통령」의 이미지는 임기후반에 접어들면서 크게 바뀌었다. 특히 지난 8월 50세 생일을 전후해 「선거용」으로 관리해온 그의 이미지는 성공적이었다. 백안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굵직한 사안만을 챙기고 TV 등에서는 청소년 및 교육문제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할애해 보스 또는 「아버지」 같은 인상을 심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