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奇雨기자」 집권 2기의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는 국내정치보다는 외교문제에 정책비중을 두고 새롭고 강력한 이니셔티브를 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외교정책은 이렇다할 이슈가 되지못했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이 앞으로 중국 러시아 중동 보스니아 등지에서 직면하게 될 도전들은 그의 지도력을 가늠하는 호된 시험이 될 것이다.
클린턴행정부는 당장 보스니아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지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된다. 클린턴의 선거공약과 맞물려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옛 동구권 확대문제도 러시아의 거센 반발을 감안할 때 급히 손을 쓰지않으면 안되는 현안.
그러나 워싱턴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클린턴행정부는 임기2기를 위한 포괄적인 대외정책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클린턴은 집권초 2년여동안 따라다니던 「외교의 문외한」이라는 때를 벗고 상당한 자신감을 회복했다. 더이상 주변 국가들에 질질 끌려다니는 우유부단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클린턴은 선거부담에서 자유로워진 지금 재선에 성공한 역대 미대통령들이 그랬던 것처럼 외교적 업적으로 역사속에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의욕을 비치고 있다.
또 그에게는 외교면에서 공세적 자세를 취함으로써 의회의 예봉을 피해나가지 않으면 안될 「속내」가 있다. 공화당 주도하의 의회가 벌써부터 선거자금 수수 및 화이트워터 사건 등과 관련, 부정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는것.
외교전문가들은 클린턴이 4년동안 부대끼게 될 현안들이 한결같이 녹녹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21세기 초강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의 야심에 어떤 식으로든 분명한 선을 긋지 않으면 안된다.
江澤民(강택민)국가주석의 권력기반이 강화되고 있으나 鄧小平(등소평)사후의 중국 장래는 불투명하다. 홍콩의 중국반환과 중국 대만간 긴장관계 및 무역, 인권 무기판매 등을 둘러싼 美中갈등과 마찰도 풀기 어려운 과제다.
최근 6개월사이 러시아의 「권력 공백상태」는 냉전 종식 후 계속된 미―러시아간 협력관계에 심상치않은 기류를 느끼게 한다. NATO 확대를 둘러싼 대립으로 균열조짐도 있다.
클린턴행정부의 외교치적으로 꼽혀온 중동평화도 전체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스라엘―시리아 회담은 조기재개 전망이 보이지않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회담은 교착상태다.
대(對) 쿠바 및 이란 리비아 제재법안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는 유럽과의 관계개선도 과제. 미국이 「불한당 국가」로 지목한 이들에 대한 응징과 봉쇄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유럽 우방들과의 껄끄러움은 한동안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