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李載昊특파원」 클린턴대통령은 8일 재선후 첫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일은 『정치의 중심을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말 속에는 집권 2기의 정치적 과제가 함축돼 있다.
그가 말한 「정치의 중심」이란 진보도 보수도 다 끌어안을 수 있는, 중심적 가치를 말한다. 미국인이면 누구나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공유된 이념과 제도를 의미한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민들이 보여준 것은 강한 중심 희구 성향이었다. 공화당이 94년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후 지나치게 보수 우파 쪽으로 나가자 민주당의 클린턴을 재신임함으로서 제동을 걸었다.그러나 의회는 여전히 공화당에 맡겼다.
민주당 리더십회의(DLC)의 의장인 알 프롬은 앞으로 클린턴정부가 해야 할 일로 △사회복지 개혁법에 대한 보완 △21세기 대비 교육개혁 △세제 개편과 균형예산 달성 △선거자금법 개정 등을 꼽았다.
공화당원이자 「세제개혁을 위한 미국인들의 모임」(ATR) 대표인 그로버 노퀴스트는 조금 달랐다. 그는 정부와 의회가 해야 할 일로 △균형예산의 달성을 위한 헌법개정 △기업활동에 대한 연방정부의 간섭 배제 △상무부와 에너지부 폐지 △외국기업의 선거자금 기부 금지 △노조 회비의 정치적 사용 금지 등을 들었다.
이 두사람의 견해는 서로 대비되면서 또한 중첩되는 부분들이 있다. 균형예산과 선거자금법 개정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사회복지 개혁법에 대해서는 생각들이 다르다. 중첩되는 부분은 키우고 서로 다른 부분은 같도록 하는 것이 곧 클린턴이 말한 「중심」을 세우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클린턴이 차기 내각에 공화당 인사도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것이나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이 앞으로 『대결 보다는 공동의 토양을 찾겠다』고 말한 것은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렌트 로트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8일 『화이트워터 사건을 의회에서는 더이상 거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이트워터 말고도 클린턴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사안들은 많다. 국회 개원과 함께 시작될 민주당의 불법 선거자금 수수 청문회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미국의 의회는 연임한 대통령에게는 비교적 관대했다. 또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했다고 해도 대통령의 거부권이 살아있는 한 밀어붙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 클린턴 집권 2기는 대통령의 도덕성에 대한 끊이지 않는 시비 속에서도 비교적 「순항」하리란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