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원선거 『돈이 당락 좌우』

  • 입력 1996년 11월 11일 20시 23분


「워싱턴〓李載昊특파원」 선거에서 돈의 위력은 선진국이라고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듯하다. 지난 5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 미국 상하원 선거에서 돈을 많이 쓴 후보의 당선율이 그렇지 못한 후보보다 월등히 높았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의 기록에 따르면 하원의 경우 선거 막판 3주일 동안 경쟁자 보다 돈을 더 많이 쓴 후보의 당선율이 93%에 달했다. 당선자들의 1인당 평균 선거자금 지출액은 48만9천여달러로 낙선자들의 20만6천여달러 보다 2배를 훨씬 넘었다. 이를 표당 비용으로 환산하면 당선자들의 지출액은 한 표당 4달러였고 낙선자들은 2.80달러였다. 상원도 양상이 이와 비슷해 돈을 더 쓴 후보의 당선율이 82%에 달했다. 미국의 상하원 선거는 1976년 연방대법원이 「후보자의 선거비용에 제한을 두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판결을 내린 이래 후보자가 제한 없이 자금을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돈을 더 많이 써 당선된 대표적인 케이스는 로드 아일랜드에서 재선된 민주당의 패트릭 케네디의원으로 그는 도전자인 공화당후보가 총 1만2천4백달러의 선거자금을 쓴데 비해 1백10만달러를 썼다. 94년 선거에서 하원세입위원장 댄 로스텐코스키를 눌러 「거물 킬러」란 별명을 얻었던 시카고의 마이클 플래너건은 그 보다 두배나 돈을 더 쓴 민주당후보에게 패배했다. 대통령선거는 양상이 달랐다. 당선자인 클린턴대통령은 한 표당 2.50달러의 선거자금을 쓴데 반해 공화당의 보브 돌후보는 3.11달러, 개혁당의 로스 페로후보는 4달러를 각각 쓴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의 득표율이 다른 후보들 보다 높아서 표당 비용이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돈과 당락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미국 정치사상 유례 없는 「금권선거」였다는데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뉴욕 타임스지 집계에 따르면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 동원된 선거자금은 총 8억달러. 이 돈은 92년 선거자금의 3배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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