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金昶熙특파원」 『베를린 장벽은 어디 있었나요』
장벽붕괴 7년이 지난 요즘 베를린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이같은 의문이 점차 늘어나면서 과거 장벽철거운동을 주도하던 시민운동가들 사이에 역설적이게도 장벽복원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물론 흉물스런 콘크리트 구조물을 다시 쌓자는 주장은 아니고 과거 장벽이 지나가던 위치의 지표면에 콘크리트 삽입물을 끼워넣거나 동판을 설치,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자는 제안이다.
사실 베를린주민이 아니면 『장벽의 위치가 잊혀지고 있다』는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
7년전까지 무려 28년간(61년8월13일∼89년11월9일) 2백여명의 동독탈출자들이 사살되는 현장을 지켜본 장벽 가운데 현재 남은 부분은 전체 1백55㎞중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라고 불리는 2㎞남짓. 장벽 붕괴 직후 전세계 화가들이 몰려들어 자유의 환희를 그려넣은 이 세계유일의 노천화랑도 옛 토지소유자가 나타나 언제 헐릴지 모르는 운명이다. 그런가 하면 베를린 중심가의 장벽 주변은 이미 현란한 최고급 상업중심지로 변신, 옛시절의 낌새 조차 맡을 수 없다.
장벽의 위치는 물론 멀지않아 그 교훈까지 잊어버리게 될 후손들을 위해 장벽은 「역사의 경고」로서 반드시 다시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 장벽복원론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