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京娥기자」 먹고 살만해진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이제 「잃어버린 문화유산 되사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31일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17세기초 조선시대 백자 철용문항아리가 예상가를 훨씬 웃도는 7백65만달러(약63억4천만원)라는 기록적인 가격으로 한국인사에게 팔려 화제가 된적이 있지만 「문화유산 되사기」는 한국인만의 일이 아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경매장을 통해 해외로 팔려나간 아시아의 문화재를 되사들이는 사례가 잇따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크리스티 경매장에 나온 19세기 인도네시아의 화가 라단 살레의 그림 「사슴사냥」이 치열한 경합끝에 익명의 동남아 수집가에게 2백20만달러에 낙찰됐다. 이 가격은 동남아시아 그림으로는 경매사상 최고가였다.
이달초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경매에서는 송나라때의 흰색 대리석상이 16만2천달러에 동남아 수집가에게 팔렸다. 청나라때의 옥향로도 13만달러에 역시 동남아 수집가에게 낙찰됐다.
지난 94년에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 18세기 중국 궁중에서 사용하던 장탁자를 35만4천5백달러에 구입하며 중국 고가구의 경매 최고가를 기록, 경매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크리스티와 함께 세계 양대 경매회사로 꼽히는 소더비의 아시아 마케팅과 홍보담당 메니저인 레니 곡은 『지난 10년간 홍콩 제네바 뉴욕 등지의 경매장에서 동남아시아 입찰자들은 겨우 10∼20%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3분의 1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곡은 『동남아시아인들이 고가에도 불구하고 경매에서 아시아의 문화재들을 사들이는 것은 일차적으로 이 지역의 경제수준 향상과 직결된다』며 『경제적인 여유와 함께 문화적인 욕구가 높아지고 특히 잃어버린 아시아의 문화유산을 되찾고 싶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