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잇단 對中 유화책/양국 입장]

  • 입력 1996년 11월 21일 20시 07분


▼미국입장▼ 「워싱턴〓李載昊특파원」 미국의 대(對)중국정책이 상당히 변하고 있다는 느낌은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의 방중(訪中)이전에 이미 감지됐었다. 마이클 매커리 백악관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중국에 대한 관여정책으로 중국의 인권문제에서 어떤 소득이라도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권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장기적인 과제』라고 답했다. 양국간의 최대 쟁점으로 간주돼 왔던 인권문제를 「장기적인 과제」로 규정함으로써 한발 물러섰던 것. 크리스토퍼장관은 예상대로 인권문제를 강하게 거론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중국과의 핵기술 협력 용의까지 밝혔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해서도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유화적 접근이 클린턴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중국정책의 기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는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미(美)관리들은 20일 『봉쇄정책이 아닌 건전한 관여정책이 변함없는 중국정책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클린턴행정부가 전술적인 조정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94년 인권을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MFN)연장문제와 연계시켰다가 중국과의 관계가 크게 악화됐고 이를 치유하는데 2년6개월이 걸렸다. 크리스토퍼 장관도 19일 『앞으로 어떤 하나의 이슈로 양국관계가 그 인질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같은 대중(對中)접근에는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을 필요 이상으로 과대평가해 미국이 스스로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우를 범하지는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또한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없이 세계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기 어렵다는 것이 클린턴 행정부의 판단이다. 양국 지도자의 상호방문이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중국입장▼ 「北京〓黃義鳳특파원」 중국은 최근 미국과 정상상호방문, 핵협력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대만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 공통인식」에 이른 것은 집권2기를 맞는 클린턴행정부의 대중(對中) 정책이 바뀌고 있는 데에 따른 자연스런 귀결로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대중외교가 일관성이 없다는 등 미국내 지적이 강하게 제기됨에 따라 클린턴의 향후 아시아정책이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판단이다. 중국은 이같은 미국의 정책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 李登輝(이등휘)대만총통의 방미와 대만해역을 겨냥한 군사훈련 및 미(美)항모의 대만해협접근 등으로 증폭돼온 미국과의 갈등해소는 물론 한차원 높은 상호관계를 정립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향후 대미(對美)관계의 최우선순위를 대만문제에 두고 있다. 錢其琛(전기침)외교부장이 20일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하나의 중국원칙과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중지 등을 강하게 요구한 것도 이 문제의 해결없이는 대미관계증진이 어렵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발표된 미일(美日) 신안보공동선언에 따른 동북아에서의 미국역할에도 중국은 매우 민감하다. 중국은 미일선언이 단순히 양국간의 안보협력차원이라기 보다는 아시아 전지역 특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조어도(釣魚島)영토문제의 배경에도 미일신안보선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따라서 클린턴의 제2기 아시아정책이 중국봉쇄의 성격에서 벗어나야 하며 오히려 최근 급격히 보수화경향을 보이는 일본의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권문제의 경우 중국은 앞으로도 미국의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권문제에 대한 미국의 압력은 내정간섭일 뿐 아니라 그 배경에는 미국의 국내정치적 목적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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