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지커,美도착 가족재회…『北당국 인도적으로 대우』

  • 입력 1996년 11월 28일 11시 31분


간첩혐의로 북한당국에 3개월동안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에번 헌지커(26)가 27일 고향에 도착, 그리던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북한의 석방조치로 풀려나 빌 리처드슨 美하원의원(민주당·뉴멕시코州)과 함께 美공군기편으로 東京으로 건너왔던 헌지커는 이날 정오께 美국적 여객기편으로 시애틀-타코마공항에 도착, 어머니 등 마중나온 가족및 친지들과 재회의 정을 나눴다. 그는 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았으나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나 그는 『매우 피곤하며 추수감사절을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기를 고대해왔다』고 소감을 대신하면서 『북한당국이 인도적으로 대우해줬다』며 억류생활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했다. 어머니가 한국系인 헌지커는 지난 8월24일 중국 여행도중 압록강을 헤엄쳐 건너북한에 들어갔다가 한국을 위한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풀려날 때까지 주로 평양의한 호텔에 억류돼 왔다. 석방교섭을 위해 지난 25일 입북했던 리처드슨 의원은 그동안의 숙식비조로 5천달러를 지불했다. 북한은 당초 불법입국에 대한 벌금으로 10만달러를 요구했으나 미국측에 의해 거부됐다. 헌지커의 입북동기와 관련, 가족들은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수감되어 있는 동안 기독교에 귀의한 그가 아마도 북한주민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국경을 넘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헌지커도 공항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고개를 끄덕여 사실임을 시사했다. 리처드슨 의원은 東京에 도착한 뒤 북한 당국이 헌지커의 석방을 허락해준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그가 절대 스파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그가 매우 좋은 청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헌지터는 관광객으로서 약간 도가 지나쳤을 뿐이라면서 이번 사건을 한 젊은이의 호기심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돌렸다. 아버지 에드윈 헌지커는 이날 집에서 가진 전화인터뷰를 통해 『아들이 그들의 손에서 풀려나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한바탕 혼을 내준 뒤껴안아 줄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워싱턴 지도자들은 리처드슨 의원의 임무가 성공적으로 끝나 헌지커가 무사히 석방된데 대해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니컬러스 번스 美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그가 석방된데 대해 매우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이번 헌지커의 석방으로 리처드슨 의원은 억류된 미국 시민들의 석방에 남다른 재주를 지닌 이 분야 전문 의원으로서 성가를 한층 드높이게 됐다. 그는 2년 전 항로를 잃고 북한지역에 추락했던 미군 헬기 승무원의 석방을 위한협상을 도왔는가 하면 지난해는 인도 카슈미르 지방 분리주의자들에 의해 인질로 잡혔던 한 미국인의 석방교섭을 위해 인도를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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