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金尙永특파원」 프랑스에서는 요즘 프랑화와 독일 마르크화, 미국 달러화의 환율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논쟁은 오는 99년 유럽화폐통합 후 유럽연합(EU)의 공식화폐가 될 유러화와 미국 달러화의 환율문제로 비화하면서 기정사실화된 화폐통합 문제까지 건드리고 있어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여당내의 의견도 엇갈려 알랭 쥐페 총리와 정적 관계인 필립 세겡 하원의장이 이끄는 의원들은 정부입장을 반대하는 등 파장도 만만치 않다.
논쟁은 지난달 지스카르 데스탱 전(前)대통령이 현재의 프랑화가 실제보다 높게 평가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마르크당 3.48프랑선인 환율을 3.65프랑으로, 달러당 5.03프랑을 5.5프랑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겡 하원의장은 환율이 실제보다 높게 평가됨으로써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실업자가 늘고 있다는 데스탱의 상황인식에 동감을 표했다.
이 문제를 다룬 프랑스 하원 전체회의에서 데스탱은 『변동환율제하에서는 최상의 환율수준을 찾아야 한다』며 『화폐통합 과정에서 어떤 실수도 없어야 한다』는 연설로 의원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그는 최근 1유러당 6.47프랑인 환율을 7프랑까지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반자로서는 좋다. 그러나 종속은 싫다』는 그의 말은 현재 상태로 통합이 이뤄지면 프랑스경제가 독일에 예속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표현이다.
쥐페총리는 『갑작스런 평가절하는 국제사회에서 정당화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위험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달러화가 실제보다 저평가돼 있는 사실은 내년 서방선진 7개국(G7)회담때 정식 거론하겠다』고 밝혀 프랑스에서 시작된 환율논쟁은 미국으로도 번질 조짐이다.
의원들은 현재 데스탱과 쥐페총리의 지지파가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
프랑스가 독일과의 환율을 조정하려 할 경우 독일이 반발할 것이 뻔해 어렵게 추진해온 유럽 화폐통합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