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각국은 좌익게릴라가 기생하기 좋은 환경이다. 빈부격차, 관료부패, 과중한 외채와 함께 민주화 진통을 겪고 있고 마약은 게릴라 활동의 자금줄이 되고 있다. 페루도 예외가 아니다. 페루의 게릴라 단체 「센테로 루미로소(빛나는 길)」과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은 중남미에서도 주요 좌익게릴라로 꼽히고 있다.
70년대 페루를 통치한 군사정권은 잔인하고 부도덕하기로 악명높았다. 반군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무고한 수많은 주민을 희생시켰다. 그러는 사이 특히 혼혈 페루인들은 유럽인 후예들인 지배권력구조로부터 소외감을 느껴왔다.
80년 문민정부가 들어섰으나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 외채 게릴라의 폭력에 시달렸다. 90년 일본계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당선에는 지배층인 유럽인 후예들에 대한 페루인들의 반발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좌익게릴라의 토벌을 내세워 92년 헌법을 어겨가며 의회를 해산하기도했다. 더구나 그는 같은해 빛나는 길의 지도자 아비마엘 구스만과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의 지도자 빅토르 폴라이를 체포,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 해말 일본대사관앞에 좌익세력이 설치한 폭발물이 터져 2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다친 사건도 이들의 체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민독재에도 불구하고 후지모리는 지난해 4월 대선에서 64.4%의 지지로 재선됐다. 게릴라들의 테러행위를 억제하는데 성공하고 경제를 성장궤도로 진입시켰으며 극심한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게 한 성과를 충분히 활용한 결과였다. 페루의 좌익게릴라들이 요구하는 것은 후지모리 대통령정부의 퇴진이다. 후지모리 대통령의 경제자유화 정책으로 빈곤층이 오히려 증가, 게릴라의 활동근거가 되고 있다.
더욱이 페루의 반정게릴라들과 후지모리정부 관계는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정적관계이면서도 색다른 면을 보인다. 게릴라세력은 부의 대부분이 소수계층에 집중돼 있는데 대한 빈민층의 반발에 기반, 공산주의를 추종하면서도 민족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페루에서 특히 경제권을 쥐고 있는 일본계 후지모리 대통령에 대항, 페루국민의 반일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92년에 이어 올해 일본대사관 및 대사관저가 공격대상이 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후지모리는 더구나 지난해 게릴라 소탕작전이 전개되는 동안 불법행위를 자행했던 군인과 경찰에 사면조치를 내렸으나 게릴라를 위한 조치는 없었다. 현재 일본대사관저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게릴라들은 투옥된 동료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페루에선 지난 80년부터 시작된 좌익게릴라와의 내전으로 지금까지 3만여명이 숨졌으며 경제적 손실만도 2백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金眞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