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수도 리마의 일본대사관저에서 각국 외교관 등 4백90여명을 잡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게릴라들은 대사관저 점거 이틀째인 18일(이하 현지시간) 정부측과의 첫번째 협상이 별다른 성과없이 끝난 뒤 인질살해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MRTA인질범들은 이날 밤 늦게 일본대사관저에서 도밍고 팔레르모 교육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페루 정부측 협상대표단과 첫번째 협상을 가졌으나 다음날 아침 협상을 속개하기로 합의하는데 그쳤다.
이들은 앞서 이날 오후 6시경 페루정부측과의 협상에 다리를 놓기 위해 캐나다 그리스 독일 대사 등 5명의 인질을 석방했다.
MRTA게릴라들은 이날 아침 인질석방 교섭을 위해 일본대사관저에 들어간 국제적십자위원회 페루 지부장 미카엘 미니그를 통해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과의 면담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투옥된 동료 3백명 석방 △정부의 자유시장 경제정책 수정 △정글지역으로의 안전한 복귀 보장 △돈 등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웠다.
MRTA의 지도자인 에밀리오 후에르타스는 이날 정오경 『20분내에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프란시스코 투델라 페루 외무장관을 시작으로 해 인질들을 차례로 살해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인질을 살해하지는 않았다.
대사관저내에는 MRTA게릴라들이 점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총격전으로 게릴라 한명과 인질 두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질들은 대사관저 내 각방에 분산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마의 한 라디오방송은 이번 인질극과 관련된 혐의로 일본대사관저에 근무하는 페루인 고용자 등 47명이 페루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페루의 언론들은 또 인질범들이 석달전에 일본대사관저가 내려다보이는 집을 빌리는 등 치밀한 사전준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