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계를 움직인 사람들/머독]

  • 입력 1996년 12월 29일 20시 56분


「朴來正기자」 「정보를 점령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작금의 예상이 들어 맞는다면 21세기의 가장 유력한 지구촌 지배자는 루퍼트 머독(65)이다. 머독은 미디어세계의 패권을 다투는 제럴드 레빈 타임워너사 회장 등 경쟁자보다 월등히 세계화에 앞서 있기 때문이다. 그의 미디어왕국은 지난 69년 본거지인 호주를 떠나 간단히 영국을 장악한 뒤 73년엔 미국으로 지평을 넓혔고 89년부터는 영국과 홍콩의 위성방송 시장까지 장악했다. 통신서비스와 기술의 다양한 발전상을 꿰뚫은 그의 혜안(慧眼)은 요즘 디지털TV 등 미디어 하드웨어와 스포츠 연예프로 등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통합서비스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중이다. 96년은 「미디어계의 조스」 머독에게 더할 데 없이 우호적인 한해였다. 미국이 지난 2월 통신시장의 진입장벽을 무너뜨린 통신개혁법을 통과시켰고 유럽과 아시아의 통신시장이 대대적인 개방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는 등 그의 마당발이 더욱 기세를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이같은 제도 환경의 변화를 남들보다 빨리 간파, 지구 한편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반대편까지 전달할 수 있는 전(全)지구촌 서비스체제를 구축하는 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올 한햇동안 그의 문어발이 미친 곳은 일본의 위성방송시장, 24시간 뉴스케이블시장, 스포츠방송시장 등이다. 특히 이제 막 궤도를 잡기 시작한 일본의 민간 위성방송을 장악한 데 이어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공중파 방송시장에서 당당히 4위의 매체로 기록됨으로써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미디어제왕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최대의 잠재시장인 중국도 이미 수천만명이 홍콩에서 쏘아올린 스타TV를 시청하고 있어 조만간 머독왕국에 포섭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러나 세계인구 25%를 독자 및 시청자로 두고 있는 머독왕국의 번성이 지구촌의 미디어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는 여론이 분분하다. 그가 인수한 영국의 「선」지가 황색(黃色)저널리즘의 대명사로 부상한 데서 알 수 있듯 머독왕국의 자금줄은 대중의 선정주의와 스포츠 만능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가 왕국을 넓힐 때 곧잘 뒷배경으로 동원했던 각국의 정치권력도 세계를 장악하려는 그의 야심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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