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의 세계평화는 이데올로기보다도 종족과 종교 문제에 의해 더 위협받았다. 일부 국가간 영유권 분쟁도 군사력 시위로까지 발전했다. 2차세계대전후 국제질서를 얽맸던 서방 자유진영과 공산권간의 냉전이 종식되자 제삼세계지역에서 국지분쟁이 더 불거지는 양상이다. 세계차원의 냉전이 사라졌지만 한반도도 여전히 긴장지역중 하나로 남아 있다. 97년 새해의 지구촌은 또 어디서 갈등과 분쟁의 포연이 피어오를 것인지 살펴본다.》
===============▼ 유럽-舊蘇 ▼================
「崔聖塡기자」 체첸공화국과 북아일랜드 키프로스 타지크 등에서 분쟁이 계속중이다.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체첸반군은 지난해 1월 인근 다게스탄공화국의 한 병원을 점거, 민간인 1천여명을 인질로 억류했다. 또 체첸반군은 3월 수도 그로즈니를 기습, 러시아군과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이에 맞서 러시아군은 7월 반군 거점을 맹폭, 3백30여명을 숨지게 했다.
이후 양측은 협상에 나서 21개월간 10만명의 희생자를 낸 이 내전을 마감하는 공식 휴전합의를 8월에 발표했다. 이 평화협정에 따라 체첸 독립문제는 향후 5년간 유예됐다.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해온 아일랜드공화군(IRA)은 94년9월 휴전을 선언했으나 96년2월 다시 휴전종식을 선언했다. IRA는 이후 10월까지 런던시내와 북아일랜드의 영국군기지 등에서 수차례 폭탄테러를 자행했다.
북아일랜드사태와 관련돼 지난 27년동안 1만여건의 폭탄테러가 발생, 3천명 이상이 사망하고 3만9천여명이 다쳤다.
한편 95년 12월의 데이턴 평화협정으로 3년반동안 계속된 내전이 끝난 보스니아에서는 96년 9월 총선이 실시돼 3인의 대통령단이 선출됐다. 그러나 워낙 인종 및 종교간 갈등의 골이 깊어 분쟁 재연의 소지가 높은 편이다.
===============▼ 아 프 리 카 ▼==============
「權宰賢기자」 자이르동부에서 투치족인 바냐물렝게족이 중심이 돼 96년 10월초 터진 반란으로 후투족난민 1백만명이 실종됐으며 11월 「난민 역사상 최단기간에 가장 많은 인구(50만명)가 이동한」 엑서더스로 이어졌다. 또 르완다 우간다 부룬디와의 국제전과 2백50여 종족으로 이뤄진 아프리카의 세번째 대국 자이르의 국가붕괴로 확산되고 있다.
그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부룬디는 지난 7월말 피에르 부요야 전대통령이 이끄는 투치족군부의 쿠데타가 발생, 주변국가들의 봉쇄조치와 내전으로 하루 1천명씩 희생되는 혼란이 계속중이다. 자이르사태의 한 축인 우간다도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이끄는 반군세력이 수단과 자이르에 자리잡고 있어 내전격화는 물론 두나라와의 전쟁까지 우려된다. 수단은 지난 83년부터 발생한 아랍계 정부군과 우간다의 지원을 받고 있는 기독교계 흑인반군간의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또 소말리아와 라이베리아에서는 군벌간 세력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96년11월 개헌투표로 이슬람교정당을 불법화시킨 알제리는 이슬람근본주의세력의 무차별 테러가 줄기차게 발생, 외국인들은 물론 내국인들조차 마구잡이로 희생되고 있다.
================▼ 아 시 아 ▼===============
「朴京娥기자」 지난 92년 나지불라정권 몰락후 이슬람파벌간 세력다툼이 벌어진 아프가니스탄은 96년9월 이슬람 학생무장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국토의 약 4분의3을 수중에 넣었다. 그러나 북부로 쫓겨간 구정부군과 군벌 도스툼장군이 반(反)탈레반 공동전선을 구축해 탈레반을 저지, 카불 북부에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96년1월31일 수도 콜롬보 중심가의 중앙은행에서 타밀분리주의자들의 폭탄테러가 발생해 80여명이 사망했다.
스리랑카정부는 연이어 대형테러를 저지른 타밀반군에 대해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벌였으나 정부군 1천여명이 사망하는 손실을 입었다.
인도―파키스탄간 영토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에서도 지난 한햇동안 크고 작은 테러가 잇따랐으며 동티모르가 분리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좌익게릴라들이 출몰하는 필리핀, 쿤사와는 화해했지만 카렌반군이 여전한 미얀마 등지에서 분쟁의 불꽃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중국에서도 티베트와 신강 위구르 지역에서 독립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 중 남 미 ▼===============
「金眞敬기자」 페루 멕시코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에서 정부와 좌익게릴라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빈민층문제와 원주민 권리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정부와 게릴라간의 평화협상은 지리멸렬하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96년12월17일 페루의 좌익게릴라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이 일본계 후지모리 대통령의 좌익게릴라에 대한 강경책에 항의해 조직원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리마주재 일본대사관저에서 벌인 인질극.
좌익 「센데로 루미노소」(빛나는 길)의 반정부활동도 활발했다.
멕시코에서는 6월말 좌익 무장조직 인민혁명군(EPR)이 새로 등장했고 농민 반군인 사파티스타 민족해방전선(ZNLF)은 정부와 평화협상을 시작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정부의 코카나무 소각 결정에 항의, 농민들의 시위와 반군세력들의 경찰서 공격 등이 계속됐다.
과테말라에서는 정부와 토착민 마야족 중심의 게릴라조직인 과테말라 민족혁명연합(URNG)이 12월말 36년간 내전상태를 끝내기 위한 역사적인 최종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 중 동 ▼=================
「尹聖勳기자」 95년 11월 온건노선을 걸어온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피살되고 96년 2월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의 잇따른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하면서 중동평화협상은 난관에 부닥치기 시작했다.
대(對)아랍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신임총리가 등장하고 곧이어 이스라엘군의 헤브론철수 등 오슬로협정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결국 96년9월 초 이스라엘측이 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이슬람사원옆을 관통하는 새 출입구를 개통한 것을 둘러싸고 양측은 최악의 무력충돌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74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12월 들어서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문제로 양측이 충돌직전까지 갔다. 다시금 미국의 중재로 위기를 넘기고 있는 실정.
또한 지난 8월 31일 이라크군의 지원을 받은 쿠르디니스탄민주당(KDP)측이 정적세력인 애국쿠르디니스탄동맹(PUK)측이 장악하고 있던 북부도시 아르빌을 공격하면서 촉발된 양측의 내전도 올해 중동지역의 대표적 분쟁.
중동전문가들은 『올해도 이스라엘의 강경입장이 계속되고 쿠르드족의 내분 또한 잠시 봉합된 상태일 뿐이어서 평화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