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李載昊특파원」 미국의 대법원은 13일 현직 대통령도 민사소송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세울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역사적인 심리에 들어갔다.
원고는 전 아칸소주 주정부 여직원 파울라 존스(30), 피고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존스는 91년 당시 아칸소주지사였던 클린턴이 자신을 호텔로 부른 후 바지를 내려보이면서 유혹했다고 주장하고 70만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클린턴은 물론 이를 부인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심리에서 클린턴의 유 무죄를 가리지는 않았다. 대신 그의 임기중에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을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그가 퇴임할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에 대해서만 양측의 주장을 들었다. 대법원의 결정은 오는 6월에 내려진다.
존스의 변호인들은 이날 문제의 사안이 「대통령 클린턴」이 아닌 「개인 클린턴」의 사생활에 관한 것인 만큼 재판이 연기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만약 재판이 연기된다면 앞으로 어떤 대통령이든 개인적으로 빌린 돈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갚지 않아도 되는 논리가 성립된다고 지적했다.
클린턴측의 변호인들은 이에 대해 『임기중인 현직 대통령에 대한 민사재판이 허용된다면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은 크게 훼손될 것이며 이는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 사안이 선례가 될 경우 앞으로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 사태가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1982년 이와 유사한 이른바 「피츠제럴드 사건」으로 한 차례 논쟁이 인 적이 있다. 국방부 관리였던 피츠제럴드가 정부의 기밀을 공개한 혐의로 해직된후 당시 대통령이었던 닉슨을 상대로 뒤늦게 민사소송을 제기했던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대통령은 업무와 관련된 공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민사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대통령의 공적 행동이 문제가 됐었다는 점에서 사생활이 관련된 이번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CNN과 타임지의 지난주 여론조사는 응답자의 56%가 재판이 지체없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답했으며 39%는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연기돼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 역사상 개인 문제로 법정에 선 대통령은 루스벨트와 트루먼, 존 케네디 등 세명이 있으나 모두 퇴임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