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宰賢기자」 옛 속담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백수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가 하룻강아지를 무서워해야 할 형편이 됐다.
국제동물보호협회(WSPA)는 최근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내의 사자들이 디스템퍼라는 질병에 감염돼 지난 94년부터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천여마리가 숨져 이 지역 사자의 멸종사태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디스템퍼는 강아지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급성전염병이지만 사자에게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50%를 웃도는 치명적인 병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
과학자들은 그 감염경로를 마사이족 등이 키우는 개에서 하이에나나 자칼로 옮겨졌다가 다시 사자들에게 번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WSPA는 사자의 멸종사태를 막기위해 3년간 이 지역의 개 2천마리에게 디스템퍼와 광견병 백신을 집중 투여할 프로그램을 수립중이다.
사라 클리블랜드 WSPA고문은 『개의 수가 늘어날수록 사자가 디스템퍼에 감염될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개의 번식을 효과적으로 제한하는 방법까지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만일 사자들이 『다음 세대의 사자를 디스템퍼 감염으로부터 구하느냐 못하느냐는 시간과의 싸움이다』는 클리블랜드의 절박한 호소를 알아듣는다면 종족보존의 지엄한 사명을 위해 한갓 강아지 앞에서도 꼬리를 내려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