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통령 「취임식 성경 사용」 법적근거 없다』

  • 입력 1997년 1월 20일 20시 13분


「뉴욕〓李圭敏 특파원」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새 대통령은 항상 성경책 위에 한 손을 얹은채 취임선서를 한다. 20일의 취임식에서도 클린턴대통령은 왼손을 성경책위에 얹고 선서했다. 많은 미국인들은 이것이 헌법에 정해진 절차 쯤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미국헌법 어디에도 「성경을 사용하라」고 지정한 대목은 없다. 성경이 취임식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789년 조지 워싱턴대통령의 취임선서 때부터. 워싱턴대통령은 독립전쟁 때 비밀결사조직에서 사용하던 성경을 가져다 썼고 즉석에서 선서문에 『신이여 도와주소서』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후 미국의 모든 대통령은 취임식 때 성경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젠하워와 부시대통령은 워싱턴이 손을 얹고 선서했던 바로 그 성경을 취임선서에 사용했다. 나머지 대통령들은 모두 자신과 인연이 깊은 성경을 들고 나왔다. 클린턴대통령의 경우 지난 93년 첫 취임식때 할머니로부터 선물받은 성경을 사용했으며 그는 이번 취임식에서도 그 성경을 등장시켰다. 클린턴이 이날 사용한 성경은 본인의 허락아래 취임식직후 주인의 손을 떠나 워싱턴 대성당에 영구 보존되게 됐다. 한 방송사가 뉴욕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통령취임 선서때 사용되는 책이 성경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42%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헌법이라고 대답했다. 또 성경이라고 답한 사람들도 78%는 성경을 쓰도록 헌법에 명시돼 있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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