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찰들,「마피아 두목」경호 부업 『짭짤한 수입』

  • 입력 1997년 3월 7일 19시 56분


도둑을 잡는 것이 본업인 경찰이 마피아를 경호하는 코미디같은 일이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다. 요즘 러시아 경찰들 사이에서는 비번인 날 마피아두목을 경호, 가욋돈을 버는 신종 아르바이트가 성행중이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경호대상자가 마피아두목인지 모르고 경호를 맡았던 40여명의 특수경찰이 연명으로 「양심선언서」를 작성, 아나톨리 쿨리코프 내무장관 앞으로 보내면서 내막이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 언론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 경찰청 범죄교정 및 처벌국 소속 베테랑 수사관 3명은 지난 1월23일 바실리 나움이라는 사업가를 경호하게 됐다. 그러나 나움은 모스크바 북서쪽에 세력기반을 둔 강력한 마피아집단 코르테보파의 두목이었다. 이들 엘리트 수사관들은 부업을 찾던중 상사들의 소개와 보증 아래 경호용역회사와 아르바이트 계약을 하고 부업에 나선 것이지만 소개를 한 경찰 고위간부들은 나움이 마피아두목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비밀에 부쳤다. 이들이 나움의 실체를 알게된 것은 나움의 BMW승용차를 타고가다 갑자기 카폰이 울린 뒤 즉시 차에서 내리라는 지시를 받은 다음이었다. 이들이 내린 뒤 나움의 차가 멈추자 러시아제 지굴리 승용차가 접근하며 자동소총을 난사, 나움의 몸을 벌집으로 만들었고 나움경호 경찰들은 그가 마피아 두목이었음을 알게 됐다. 러시아 경찰이 마피아경호에까지 나서게 된 것은 △저임금과 생활궁핍에 따른 부업필요 △상사의 승인을 거치면 근무외 시간에 사설경호를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피아로서도 확실한 신변보호를 위해서는 자체조직원보다는 특수경찰과 같은 전문가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경찰의 경호를 받는 마피아는 아무나 달지 못하는 차량경광등을 마음대로 부착, 검문에서 제외된다. 심지어 특수신분의 차량번호판을 달아 러시아워에도 교통경찰의 안내를 받아가며 거리를 질주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이같은 일부 경찰과 마피아간의 「제휴」가 알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이나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모스크바에서는 「잡는 자」와 「쫓기는 자」간의 기묘한 동거가 계속될 것 같다. 〈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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